올해 오디오와 소형가전 및 기타 가전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구미의 고급제품에서부터 싼 가격을 앞세운 동남아산 제품들까지 잇따라 국내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국산 제품들은 품질과 가격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잃은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한 한해가 됐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거나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는 여전히 힘들었다. 이에따라 국내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는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낀 한해였다.
올해 오디오 시장규모는 지난해의 6천억원보다 1천억원 가량 줄어든 5천억원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오디오 부문 가운데 성장세를 보인 것은 미니컴포넌트 시장 뿐이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이나 뮤직센터 등은 지난해보다 많게는 8백억원 가량 줄어들었으며 휴대용카세트와 헤드폰 카세트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처럼 오디오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된 것은 국내 오디오 제품의 보급률이 70%에 육박해 신규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고급 하이파이 오디오의 경우 보급률이 90%를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미니컴포넌트의 경우 수요층이 주로 학생들이나 20~30대의 젊은이들이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층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며 여기에 부응해 미니컴포넌트가 개전(個電)제품화하고 있다. 또 20~30대 젊은 층들이 혼수품으로 고급 하이파이 오디오 대신 미니컴포넌트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매출증가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미니컴포넌트들은 대부분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성능은 높이는 방향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하이파이 오디오는 1천8백억원, 뮤직센터는 4백30억원, 미니컴포넌트는 1천7백70억원, 기타 카세트류는 1천9백억원 정도에서 각각 시장이 형성됐으나 올해엔 하이파이 오디오가 1천억원을 조금 웃돌고 있으며 뮤직센터는 1백50억원, 미니 컴포넌트는 1천9백80억원, 카세트류는 1천9백억원을 각각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오디오 시장의 불황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돼왔다. 이에 따라 가전3사와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침체돼 있는 오디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가격을 낮추는 한편 미니 컴포넌트를 위주로 신제품을 개발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전국적으로 1만8천여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약진이다. 삼성과 LG전자는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달성했다. 이 업체들은 특히 올해 시장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해 미니 컴포넌트와 헤드폰 카세트류에 대한 사업을 강화해 오디오 전문 업체들보다 매출감소 비율이 작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최대의 오디오 전문업체인 인켈을 인수한 해태전자나 아남전자, 롯데전자, 샤프전자, 대우전자 등은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전자의 경우 인켈 및 나우정밀을 흡수합병한데다 인켈의 오디오 생산공장을 천안공장으로 이전하는 과정이어서 제품 수요예측 및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흡수합병 과정에서 인켈의 고급인력과 대리점들이 상당수 이탈한 것이 매출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전자는 경영진의 오디오 사업에 대한 의욕이 부진한데다 고급인력이 대부분 이직했으며 샤프전자는 아예 국내 제조를 거의 포기하고 일본 샤프로부터 수입한 제품 판매에 치중했다. 오디오 전문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늘어난 업체는 태광산업이다.
오디오 업계에서는 국내 오디오 시장이 위축된 것에 대해 국내업체들의 오디오 생산공장 해외이전과 중국 및 동남아산 저가 오디오제품의 수입증가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밥솥, 전기다리미, 헤어드라이어, 전기면도기 등 생활용품과 선풍기, 가습기, 히터류 등 계절상품을 포괄한 소형가전 부문은 타 가전분야와 달리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거나 소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소형가전 시장은 지난해 1조1천억원보다 10% 늘어난 1조2천억원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소형가전 제품은 대부분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이 대다수여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시장이 소폭 성장하고 있는 것은 꾸준한 대체수요 발생과 제품의 개전화현상 때문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입제품들의 증가로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는 2000년대엔 소형가전의 전체시장이 약 1조4천억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형가전 가운데 전기밥솥과 계절상품을 제외한 대다수 제품들은 지난해보다 시장규모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며 국내 소형가전 시장을 주도한 가전3사 역시 소형가전 부문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있어 소형가전 분야의 전망은 밝은 편이 아니다.
또 커피메이커, 전기면도기, 전기다리미 등 일부 시장은 이미 필립스, 브라운, 내쇼날 등 다국적 기업이 장악했으며 98년부터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철폐될 경우 일본업체들까지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형가전의 가장 큰 시장인 전기밥솥 시장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필립스전자의 경우 전기면도기, 전기다리미, 커피메이커, 토스터 등 10여개 품목으로 해마다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는데 지난 92년 필립스전자의 소형가전 관련 매출액은 1백30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 매출액은 5백억원 가까이 늘어났으며 올해에도 6백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필립스전자의 경우 가전3사처럼 전국적인 대규모 유통조직도 없이 제품의 50% 가량을 도매로, 22% 가량을 백화점으로 판매하면서도 이처럼 고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한수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형가전 분야에서 가장 큰 매출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밥솥은 기존 10만원대 미만의 기계식 제품보다는 10만원에서 최고 30만원대까지 제품종류가 다양한 마이컴 방식의 고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생활수준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기능이 다양한 고급형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같은 수요를 반영해 IH기능이나 마이컴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최근엔 LG전자와 중소업체들이 압력밥솥과 전기밥솥을 결합한 전기압력밥솥 출시에도 잇따라 나서고 있다.
전기밥솥 시장이 지속적인 신규수요를 개척하는 것과는 달리 선풍기와 가습기, 히터류 등 계절상품 시장은 기존 전문업체 위주에서 가전3사 위주로 시장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분야이다. 가전3사는 전문업체들보다 제품기획에서부터 생산까지의 공정을 앞당겨 실시, 계절수요가 발생할 시점에서부터 제품을 공급해 계절용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반면 전문업체들은 가전3사의 공격적 마케팅에 밀려 점차 매출이 감소했다. 전기밥솥과 계절용품을 제외한 나머지 소형가전 제품들은 대부분 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밖에 기타 가전시장은 전반적인 침체에 휩싸였다. 우선 건설경기에 민감한 가정자동화(HA), 시스템키친, 조명기기, 가스기기 등 시장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으며 스피커, 노래반주기, 전자악기, AV주변기기 등 시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HA시장은 올해 건영, 우성건설 등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수주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또 올해로 예정됐던 아파트 분양이 대부분 내년으로 연기돼 올해 매출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 HA시장은 지난해보다 25% 가량 줄어든 7백50억원 선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시스템키친 역시 지난해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시스템키친 시장은 94년보다 24% 늘어난 4천2백억원을 형성했으나 올해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