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자」는 지난 40회로 끝을 맺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이 연재를 결산하는 에필로그 시리즈를 내보내고자 한다.
에필로그 시리즈는 상편의 경우 지난 2월 8일 첫회부터 6월 5일까지 17회에 걸쳐 취재 소개한 분야별 소프트웨어산업을 다시 압축 조명해 독자들에게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중편은 6월 12일 18회부터 10월 23일 35회까지 취재 보도했던 소프트웨어산업 관련 정책, 제도, 수출, 지적재산권, 조달, 금융 등 각 분야에 대한 내용을 되새겨본다.
대단원인 하편에서는 지금까지 이 기획물의 취재 보도에 협조해준 업계, 정부, 단체, 학계, 연구계 대표를 초청, 결산하는 지상 대토론회를 가진다.
〈편집자〉
<>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상도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오랫동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오라클, 로터스 등이 세계적 인지도와 제품력, 서비스를 무기로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면서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한글워드프로세서, 그룹웨어, 경영정보관리(MIS) 등 한글과 우리 고유의 업무환경이 바람막이가 돼주는 일부 응용소프트웨어에 국한되고 있다. 운용체계(OS),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 등 핵심 소프트웨어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업체들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업무용 소프트웨어마저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들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화전략에 나서고 있어 한국적 문화환경에 더 이상 기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정보통신분야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산업이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 제품의 공세에 경쟁력을 잃고 끝없이 추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경쟁력 회복이냐, 추락이냐」 기로에 놓인 국내 소프트웨어업계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규모를 보면 94년 1조8천4백억원, 95년에는 2조5천5백여억원에 이르렀으며 올해와 97년에도 전체 산업규모가 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산업이 올바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관련 무역적자는 지난 91년 1천3백만 달러에서 92년 1천3백만 달러, 93년 1천9백30만 달러, 94년 2천9백20만 달러에 이르며 지난해의 경우 수입만 3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해마다 적자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0년대 후반부터 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국산제품 개발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돼 90년대 초반에는 비로소 국산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기능 및 안정성문제로 인해 국내 기업에서는 여전히 외국산 제품을 선호, 국내 개발자에는 기껏해야 PC 클라이언트용 애플리케이션이 몫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은 외형면에서 크게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정보서비스분야로 나뉘는데 지난 4년간의 전체 SW산업 성장추이를 보면 시스템통합(SI)차원의 매출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의 부가가치 창출과는 거리가 있는 SI 위주의 정보서비스분야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여건에서도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산업은 지난 93년 35.3%, 94년 44.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앞으로도 2년간은 각각 24.4%, 14.3%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외견상 낙관적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외국산 소프트웨어를 대다수 포함하는 등 국내 업계의 실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함종렬 기자>
<> 분야별 소프트웨어산업 현황
국내에서 부각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분야는 크게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용 소프트웨어, 응용소프트웨어 등으로 구분된다.
시스템소프트웨어분야는 다시 OS, DBMS, 유틸리티, 통신용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되며 하나같이 개발과 상품화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언어와 개발도구로 구성된 개발용 소프트웨어도 국내 업체의 참여가 극히 제한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응용소프트웨어분야는 과거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 등 3종이 고작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사무용, 교육용, 개인용 등으로 개념이 확대되면서 수백여 종에 이르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꽃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응용소프트웨어는 사용자환경, 특히 문화적 특성 및 사용자 습성 등을 잘 고려해야 업무 생산성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외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분야가 바로 응용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응용소프트웨어를 용도별로 분류하면 사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기업환경에 적용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는 전통적으로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 등 3대 패키지가 포함되며 90년대 이후부터는 전자우편, 전자결재, MIS 등이 새로 추가되는 추세다. 컴퓨터지원설계, 생산(CAD/CAM)은 90년대 이후 독보적인 분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이들 3대 패키지와 프레젠테이션,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한데 묶은 통합슈트, 전자우편, 전자결재, DBMS 등이 하나로 통합된 그룹웨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그룹 내에서 의사교환을 지원하는 클라이언트 서버용 인트라넷 소프트웨어 등이 새로운 사무용 소프트웨어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용되는 개인용 소프트웨어는 사무용 워드프로세서를 비롯 개인정보관리소프트웨어(PIMS), 게임, CD롬 타이틀 등을 통틀은 것이다. 인터넷용 월드와이드웹 브라우저도 워드프로세서처럼 사무용과 개인용 공용이다.
워드프로세서는 그동안 한글과컴퓨터로 대표되는 국내 업체가 초강세를 보인 분야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한글 처리와 국내 고유의 업무 환경 등 외국 업체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업체들이 꾸준한 현지화 전략으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이 시장에서의 절대적 우세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올들어 국내 업체들이 PC업체를 대상으로 한 저가 번들경쟁을 벌임으로써 제품가치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내 고유의 문화환경이 바람막이가 돼주지 못하는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베이스, 전자우편, 프레젠테이션 그래픽스분야에서는 외국 업체들의 공세가 더욱 거센 상황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최근 경쟁력을 잃고 고사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시스템소프트웨어는 물론 워드프로세서 등 전통적 강세를 보였던 분야까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룹웨어와 MIS분야는 그나마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분야로 꼽히고 있다. 국내의 고유한 업무환경이 외국업체의 진출을 막아주는데다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상징성도 없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국적 기업이 이 시장 장악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웨어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과는 달리 복잡한 결재시스템과 정형화된 서류양식을 요구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외국 업체들의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인트라넷분야에서는 로터스 등 외국 업체들이 한발 앞선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업는 상황이다.
MIIS 패키지분야는 크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형제품과 대기업에서 사용되는 대형제품으로 분류되며 국내 업체들은 소형제품에, 외국 업체들은 대형 제품에 주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소형제품은 인사급여, 재무회계 등 업무분야가 패키지 형태로 묶여 대략 매출규모 1백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주류를 이루며 지난해 약 1백5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로 대표되는 기업용 MIS 패키지분야는 SAP, 오라클 등 외국 업체가 주류를 이뤄왔지만 최근 한국기업전산원, 하이네트 등 MIS업체들이 잇달아 참여, 한국형 제품개발을 내걸고 외국 제품과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CAD, CAM은 시장규모가 4백억원대를 넘어서 DBMS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유관분야인 그래픽과 응용분야인 가상현실(VR)까지를 포함하면 시장규모가 1천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성장률도 최근 몇 년 사이 연평균 84.6%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순수 CAD/CAM시장은 오토데스크 한 회사의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다른 경쟁사 제품은 물론 국산제품의 신규진입이 매우 어려운 구조를 취하고 있다.
월드와이드웹 브라우저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간 싸움에 가려 국내업체들의 참여는 아직 요원한 단계이다. 이밖에 인트라넷과 방화벽 소프트웨어분야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관심을 끌 만한 제품이 등장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