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聯合)미국 상무부가 미국産 슈퍼컴퓨터의 對러시아 판매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러시아가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核실험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核협력체제가 흔들릴 상황에 놓이게 됐다.
美상무부가 지난 26일 IBM의 슈퍼컴퓨터와 휴렛 패커드의 슈퍼컴퓨터 프로그램의 對러시아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러시아의 核문제 관련 담당자들은 『核실험 금지를 포함한 核협력체제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核관련 부문 관리들은 러시아가 지난 10월 뉴욕에서 포괄核실험금지조약에 서명한 것은 『실제 核실험을 중단하는 대신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컴퓨터 모의실험을 할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이제 모의 실험이 불가능해진 이상 종전의 결정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관리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포괄核실험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까닭도 모의실험에 필요한 컴퓨터 기술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러시아는 슈퍼컴퓨터의 도입을 약속한 미국을 믿었기 때문에 이 조약에 서명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측은 지난 26일 상무부 저널을 통해 러시아는 슈퍼컴퓨터를 환경문제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목적이 모의核실험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슈퍼컴퓨터의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대해 러시아측은 코콤(對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규정이 지난 94년 3월 공식폐기 됐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코콤규정을 적용해 슈퍼컴퓨터의 수출을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核비확산위원장 유리 핀추코프는 『核모의실험에는 매우 강력한 성능을 갖춘 컴퓨터가 필요하지만 러시아는 아직 이런 장비를 개발할 능력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제 대안이 사라진 이상 러시아정부로서는 실제 核실험외에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핀추코프 위원장은 『미국의 돌연한 태도변경은 러시아가 지난해 이란에 원전을 판매한뒤 이어 지난주는 잠수함까지 인도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인상이 짙다』고 분석하면서 『이제 러시아는 종전과는 다른 형태의 결정을 내릴 도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러시아의 核관리는 아마도 러시아는 『보다 위험한 국가에 核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반발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