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PC용 3D칩 시장 경쟁 치열

마이크로세계에서 드디어 3차원 전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불과 1, 2년 전만 하더라도 비디오게임기나 과학연산 및 3차원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워크스테이션, 슈퍼컴퓨터 등의 전유물이던 3차원 그래픽이 올 들어 PC에 급속히 채용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3D칩도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반도체업체들의 선점경쟁도 그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게다가 향후 2년 내에는 3차원 그래픽이 모든 PC의 표준으로 채용될 전망이고 보면 업체에 3D칩은 사활을 걸 만한 황금종목임에 이론이 없는 것이다.

최근 3D시장의 선두업체는 역시 S3. 올 들어 이 업체의 3D칩 판매는 급신장세를 기록, 연말까지 5백만개 이상의 PC용 3D칩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 시장의 최대 경쟁업체인 시러스로직社 출하량의 두배에 이르는 물량이고 S3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비중이다.

S3는 30달러도 안되는 저가 컴퓨터게임용 3D칩에 2차원 그래픽기능은 물론 비디오와 오디오기능을 모두 채용해 2차원 칩가격으로 3차원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컴퓨터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S3는 올해 출하량 7백80만개 규모가 예상되는 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 선두업체로 부상했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S3는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함으로써 선두 굳히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S3는 마케팅에 8백만달러를 투입, 게임 소프트웨어업체를 대상으로 자사 3D칩의 성능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그들 제품에 S3칩과 호환된다는 사실을 표시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요청함으로써 강력한 연합세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현재 PC시장 10위권에 드는 업체들의 제품은 S3칩을 채용하고 있고 20여개의 게임업체에서는 3D칩을 지원하는 3차원 게임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S3가 독주하고 있는 3D칩 시장은 내년 초 아케이드 수준의 성능을 실현한 차세대 제품이 본격적으로 나오면 그야말로 전국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시장판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즉 내년부터는 지난 9월 공식적으로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다이렉트3D」표준에 맞게 설계된 새로운 칩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렉트3D」표준을 지원하는 이들 칩은 기존 제품보다 3차원 효과를 더욱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실현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소프트웨어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3차원 PC의 수요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3D칩 시장규모의 확대로 이어지며 따라서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인 인텔의 MMX 차세대 멀티미디어 펜티엄 프로세서는 3D 전용칩은 아니지만 이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텍스트는 물론 오디오, 비디오 등의 멀티미디어 데이터 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MMX 칩은 2D 및 3D 그래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PC의 3차원 영상실현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MMX에 대응, 3D칩의 성능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이 중 시러스로직의 「라구나3D」칩은 인텔에 이어 유력한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2차원 칩의 선두업체인 시러스로직은 지난 10월 「라구나3D」를 발표, 3D시장에서 S3에 강력히 도전함으로써 지난해 자사의 2D칩이 PC업체에 외면당했던 설움을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시장전문가들은 3D칩 시장이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또다른 경쟁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칩업체들이 MS의 「탤리스먼 프로젝트」에 호응, 내년 하반기께부터 탤리스먼기술을 기반으로 한 칩의 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탤리스먼」기술은 PC를 통해 영화 수준과 같은 3차원 영상을 고속으로 실현하는 반도체 설계기술로, MS가 3차원 그래픽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겨냥,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또 인텔이 내년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으로 현재 록히드마틴 및 칩스 앤드 테크놀로지社와 공동개발중인 「어번」이라는 코드명의 3D칩도 시장판도에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인텔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군사용 3차원 시뮬레이션 경험을 이용해 「어번」을 개발, 3차원 기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가정용과 산업용 수요를 모두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인텔의 이러한 계획이 성공하면 이 업체는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외에 3D칩 시장에서도 또하나의 무서운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궁극적으로 CPU에 3차원 그래픽기능을 통합함으로써 3D 전용칩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이미 많은 처리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CPU로서는 그래픽기능까지 통합하기 힘든 데다 3D칩의 성능향상 속도가 CPU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3D 전용칩의 독자적 영역은 견고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이다.

결국 3D칩 시장은 올해 S3의 약진에 이어 내년을 고비로 인텔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중소 전문업체간의 일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