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39쇼핑, JBS인수...케이블TV M&A 신호탄될 듯

케이블TV 홈쇼핑채널인 「39쇼핑」이 지난 3일 「제일방송(JBS)」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국내 방송업계에서도 인수, 합병(M&A)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의 방송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홍콩 「스타TV」를 인수하고, 미국 타임워너사가 「CNN」을 합병하는 등 최근 몇년간 전세계 방송계에서 M&A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지만,우리방송계는 그동안 합법적으로 방송사를 사고팔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방송국허가후 3년간 주식변경 및 대표자 교체할수 없다는 금지규정에 묶여 있었기때문이다.공보처는 지난 93년 9월 프로그램공급자(PP)들에 케이블TV 사업을 허가하면서 허가장 부관사항으로 3년간 대주주변동이나,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했다.또 공보처는 대표이사등 임원이 바뀔 경우에도 공보처의 승인을 받도록 못박아 놓았다.

그러나 제일방송의 경우 지난 93년 10월 17일 방송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3년이란 기간이 경과,매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현재 2차로 케이블TV 사업허가를 받은 홈쇼핑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채널들이 지난 11월로 매도금지 만료기간을 경과했다.

이성언 공보처 신문방송국장은 『현재 매도금지기간이 끝난 PP들에 대해서는 PP간이나,대기업 혹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 어느 누구도 상법상 허용되는 한도내에서 PP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첫 움직임이 이번 39쇼핑의 JBS인수건으로 나타난 것.하지만 앞으로는 기업과 케이블TV 사업자간의 계약으로 이같은 M&A가 확산될 전망이다.실제로 일부에서는 주주변경 및주식매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처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YTN을 비롯,매일경제TV,대우시네마네트워크,Q채널,두산수퍼네트워크,코리아음악방송,동아TV,대교방송,한국홈쇼핑,바둑텔레비전등에서 일부 주주가 변경되거나,주식변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또 최근에는 다솜방송에서도 한샘출판과 서한샘씨등 일부 주주들의 지분이 줄고 (주)세모가 10.7%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삼성,현대등 대기업들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채널의 소속을 조정하거나 다른 채널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유료영화채널인 「캐치원」과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수익을 내고 있는「캐치원」에 비해 누적적자가 많은 「Q채널」의 소속을 현재의 제일기획에서 삼성전자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도 현대음향이 소유한 「코리아음악방송」의 지분을 「현대방송」의 운영사업자인 금강기획에 인수시켜 통괄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대우그룹은 일부 채널의 인수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부 채널의 주주및 소속변경이나 M&A는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큰 효력을 발휘 할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 제일방송을 인수한 39쇼핑의 박경홍사장은 『제일방송의 전문분야인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들지만 시청률이 높은 장르이고,홈쇼핑채널과 마찬가지로 주부층이 선호하는 채널』이라면서 『39쇼핑이 인수했을때의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면 내년중에 바로 흑자경영을 이룰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블TV협회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하나의 미디어재벌이 많게는 1백개의 채널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번 39쇼핑의 제일방송 인수는 케이블TV간 인수, 합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39쇼핑의 제일방송인수에 따른 여파는 비단 케이블TV 채널뿐만아니라 종합유선방송국(SO)들에도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상당수의 SO들이 경영권을 다른 기업에 넘겼거나,변경할 계획』이라는 소문으로 말미암아 공보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차례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는 SO의 경우,내년 1월로 돼있는 3년간의 금지시효가 만료되면 본격적인 M&A바람이 불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O간의 복수소유(SO)가 가능하도록 돼있는 새 방송법이 제정될지가 아직 미지수인데다 대기업의 SO인수가 여전히 금지돼 있기 때문에 SO의 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편.당장 정부가 대기업들에 대해 이미 확보한 SO지분을 회수토록 할 것인지 주목된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