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전기기 산업이 미국을 비롯한 EU, 일본 등 선진국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체수의계약 제도 및 중소기업품목 지정제도 등이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오전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24차 신산업발전 민, 관 협력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민구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그동안 전형적인 내수중심으로 50% 이상이 관납에 의존하고 기업 스스로도 연구개발(R&D)에 대해 게을리했다』고 밝히고 『단체수의계약 및 중소기업품목 지정 등의 제도가 오히려 중전기기 기술개발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중전기기산업 육성정책에 대해 『구매방식에 대한 투자는 있었지만 상품화를 위한 기술개발에는 투자가 미흡했으며 투자비용을 늘리기보다는 효율적인 배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배수억 수영전기회장은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정부의 각종 보호막 속에서 안주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분담 및 공제체제가 바람직하고 조달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당분간 단체수의계약 및 중소기업제품에 대한 우선구매제도는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LG산전 사장은 중전기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일류제품 개발이나 고액의 자금이 요구되는 시험설비투자 등에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바람직하며 외화차입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보원 통상산업부 기술기획과장은 이날 국내 중전기기 산업의 경쟁력이 가격 면으로 또는 품질경쟁력면으로 보나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기술도입과 부품, 소재기술의 취약, 관납위주의 기업경영, 전문인력의 부족, 산, 학, 연 공조체제의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가기간산업망 구축이 늘어나면서 중전기기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으나 관련 기반기술이 취약해 수입을 하다보니 무역역조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향후 고속철도 등 국가기간산업과 관련된 기반기술 확보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통산부는 앞으로 중소형 단기단품과제 위주에서 원천적이고 통합적인 시스템과제와 수입이 많은 품목위주로 지원과 투자를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임재춘 과학기술처 기계전자연구조정관은 『그동안 중전기기분야에 대한 R&D 요구 등이 없었으나 최근 들어 전력용 반도체나 초전도소재 개발 등에 대해 지원이 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중전기기분야에 양질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과기처의 우수연구센터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날 신산업발전 민, 관 협력회의에는 박재윤 통산부장관을 비롯해 정부, 업계, 학계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