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5);수입선다변화 해제와 광폭TV

내년초부터 24인치 이하의 컬러TV를 비롯한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이어(CDP) 등이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연말을 맞은 전자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광폭TV의 경우는 일본제품의 직접 상륙이 곧 국산제품의 경쟁기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제도는 對日 무역역조를 축소하기 위해 지난 7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무역규제 장치. 그러나 이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함께 계속 유지하기 어렵게 됐으며 우리 정부는 이를 99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해마다 수입선 다변화품목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통상산업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해제할 제품 품목을 선정하고 있는데 컬러TV와 컴팩트 디스크 플레이어(CDP), 카오디오, 컴퓨터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러TV의 경우는 올초와 지난 7월1일 수입선 다변화품목 조정 때에도 해제 대상품목에 해당됐으나 전자업계의 강력한 유보요청과 대일무역 역조심화 등으로 보류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커 전자업계가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또 만약 해제대상 품목으로 24인치 이하의 컬러TV를 못박는다면 일본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광폭TV의 국내유입이 불가피하다.

일본 TV시장은 최근 몇년 사이에 4대3 화면의 일반 컬러TV에서 16대9 비율의 광폭TV로 급속히 이행되고 있다. 국내업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광폭TV 수요는 지난해 4백50만대 규모로 전체 TV시장의 50%를 차지했으며 올해에는 5백50만대로 57.9%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광폭TV 시장은 지난해 3만대(1.3%)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올해에는 7만대 안팎으로 3%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1년 9월에 빅터사에 의해 일반용 광폭TV가 소개된 후 기종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치열한 시장경쟁을 치르면서 94년부터는 일반 컬러TV와의 가격차이도 크게 좁혀져 광폭TV를 더이상 특별한 TV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4인치 광폭TV는 일본제품의 현지시장 판매가격이 한국산 제품의 국내시장 판매가격보다 낮으며 일본제품이 한국시장에 들어올 경우 가격경쟁에서도 밀릴 판이다.

여기에 일본산 제품의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까지 가세, 수입선 다변화품목해제와 동시에 우리나라 24인치 광폭TV시장은 순식간에 일본제품이 장악하게됨은 물론 앞으로 광폭TV시장 자체가 일본제품에 의해 보육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따라 전자업계에선 가격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광폭TV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를 2,3년 더 연장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도 심각한 무역적자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연말 수입선다변화 해제대상 품목에 대한 최종 결정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