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CDROM 타이틀의 소비자 가격

며칠 전 한 신문에 실린 CD롬 타이틀의 선택에 관한 기사 중에 눈길을 끄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 기사는 소비자가 CD롬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타이틀을 선택하기 위한 요령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흥미로운 대목은 「값이 싼 제품은 선택하지 말라」는 부분이었다. 우선 「값이 싸다」라는 가격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내용의 타이틀이냐」하는 내용의 기준을 제시하였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D롬 타이틀 개발자인 경우 소비자 가격 결정과정은 커다란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개발자에게는 중요한 결정사항 중의 하나인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식의 속단을 소비자에게 권유하는 방법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CD롬 타이틀 개발자의 한사람으로 특히 어린이 교육용 타이틀 개발자의 입장에서 적정한 타이틀 가격에 대하여 한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타이틀들의 유통가격은 유형별로 다양하다. 국내에서 제작된 CD롬 타이틀이 불과 몇백가지 밖에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타이틀들은 3천원짜리에서부터 5백여만원하는 「조선왕조실록」까지 실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또한 어린이 교육용 타이틀도 적게는 기천원부터 많게는 8만여원까지 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이 너무나 커다란 가격차이로 인하여 타이틀을 선택하는데 혼동을 하게도 되어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대부분의 어린이 대상 교육용 타이틀들은 20달러 내외부터 40달러를 넘지 않는 수준의 가격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가격 구조를 갖고 있을까. 이것은 타이틀 개발자나 유통사에서(총판 형태의 상품들) 정하는 소비자가격 산정방식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재 많은 타이틀 개발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소비자 가격을 산정할 때 유통사들이 요구하는 유통마진(적게는 소비자 가격의 40%에서부터 많게는 60%)을 분별 없이 수용하여 소비자 가격산정을 대충 정하는 방법들을 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바로 소비자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고 있으며, 개발자 나름대로의 정확한 가격 산출을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결정은 초기 제품판매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직결되며, 소비자들의 수준에 적합한 타이틀 선택에 혼돈을 가져오게 되고, 몇 달 후에는 기천원 짜리로 폭락하여 타이틀 정상유통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시장 경제에서 소비자 가격 결정은 상품 판매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소지가 많으므로 정확한 수요예측이 중요하다. 또한 그 타이틀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개발비용과 기대되는 적정이윤의 예측도 중요한 가격결정의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에 유통 마진을 개발자 스스로 정하여 그 원칙을 적절히 지켜나가면 성공적인 가격 결정이 될 것이다. 즉 소비자가격=(개발비용+적정이윤+유통마진)/판매예측수량이라는 누구나가 알 수 있는 간단한 공식이 된다. 또한 박리다매 방식이냐, 고가소량판매 방식이냐하는 기본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간단한 공식을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는가. 이는 개발자 스스로 자기가 만든 제품의 수준을 냉철히 판단하지 못하여 판매 가능 수량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너무 많은 이윤을 기대하거나, 이윤이고 뭐고 개발비나 회수하자라는 포기형태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가격결정을 하지 못하는 국내의 많은 신규 개발자들이 자기 제품의 가격을 유사한 타사 제품의 가격과 같게 정하는 방법들을 선호하고 있다. 내용의 질적인 수준이나 구성상의 특징이 유사하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린이 대상의 교육용 CD롬 타이틀 소비자 가격은 1만원 정도가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격 수준으로도 소기의 이윤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도록 개발사와 유통사들이 같이 노력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값이 싼 타이틀을 좋은 타이틀이라고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 세광데이타테크 이사 박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