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천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이용한다는 인터넷이 새로운 정보 인프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정작 최근에는 「정체론」에서부터 「붕괴론」에 이르기까지 각가지 어두운 전망이 쏜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급확산되면서 세계 일류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인터넷에 자사의 홈페이지(월드와이드웹)를 구축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잇는 가운데 이것이 지속적인 인터넷 활성화를 겨냥한 것이라기 보다는 1회용 홍보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가 미국의 컴퓨터 관련 잡지인 「업사이드」지와 회계컨설팅회사인 KTMG 피트 마윅이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 내용을 분석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모두 6백60명의 미국 하이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자사의 홈 페이지를 갖는 것이 「대단히」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사이트를 개설한 곳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 더욱이 인터넷 홈 페이지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갖고 있는 CEO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유로 가장 많은 대답을 한 것은 「제품 정보의 제공」과 「기업 이미지 향상」이었고 그나마 각각 26%와 22%에 머물렀다. 「제품 판매」와 「고객 지원」을 구축 목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두자리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CEO들은 「우리 회사도 사이트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대외적으로 체면이 선다」 혹은 「왜 홈페이지를 개설해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멀티미디어 시스템 개발회사의 CEO는 「무언가 새로운 것 같아서 하고 있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CEO들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인터넷 홈페이지」를 1회성 홍보용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지경이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홈페이지를 구축은 소기업보다 대기업이 훨씬 적극적이다. 연간 외형이 5억달러 이상인 기업은 72%가 홈 페이지를 갖추고 있지만 1천만 달러 미만 기업은 28%만이 웹사이트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정은 국내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치 인터넷 웹사이트가 없으면 첨단시대에 뒤처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듯 홈페이지 개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처럼 자사 조직소개나 생산제품 안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일단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홍보한 이후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들이 자료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가 네티즌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월드 와이드로 실시간 정보교류가 생명인 인터넷에서 한달 심지어 반년 전 자료로 버젓이 운용되고 있는 국내 홈페이지들도 많다.
얼마 전 민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보엑스포에 기업들의 호응이 의외로 저조, 잔치 분위기가 반감됐던 것도 따지고 보면 국내 CEO들의 인터넷 마인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기업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CEO들의 홈페이지 마인드가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인터넷은 마니아 네티즌들만의 사이버 스페이스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