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PC용 차세대 마더보드 표준으로 적극 밀고 있는 「ATX보드」의 향배에 국내 DC팬모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 주변기기의 통합을 전제로 원가절감을 위해 탄생한 ATX보드가 컴퓨터에 탑재되는 팬모터의 수를 종전 2, 3개에서 1개로 줄이도록 설계돼 결국 ATX보드의 수요확대가 팬모터의 절대수요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PC에는 파워(SMPS)에 80각(㎜)짜리 팬모터가 필수적으로 채용됐으며 CPU의 고속화에 따른 열방출을 위해 40∼50각짜리 CPU 쿨링용 팬모터가 추가돼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CD롬 드라이브 등 주변기기와 내부 전체 냉각을 위해서도 PC케이스에 별도의 팬모터를 썼다. 이와 달리 ATX보드는 CPU를 파워쪽으로 인접 재배치하고 팬모터를 80각에서 90각으로 교체, 풍량을 높임으로써 파워용 팬모터를 CPU 냉각용으로도 활용, CPU 냉각유닛 자체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팬모터업계 관계자들은 『CPU의 팬모터를 없애 원가를 줄이고 전체 전력소모량과 소음 등을 낮추려는 인텔의 의도는 초기부터 예상을 상당히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도 ATX보드는 선택사양이며 신뢰성문제도 보다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TX보드가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에 대해 실제로는 원가절감 효과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겸용으로 사용하다보니 90각 제품을 사용해야 되고 팬모터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핵심부품인 슬리브베이링 대신 고가의 볼베어링을 사용해야 하는 등 전체 원가차이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컴퓨터보급 확대의 중요한 변수중 하나인 AS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파워가 마더보드에 밀접하게 설계돼 있어 만약 보드에 문제가 생기면 파워부분을 먼저 뜯어내야 하는 불편이 따르는 것. 이밖에도 파워부분의 팬모터가 CPU와 인접해 있어 모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전자파)가 CPU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팬모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NTX 등 ATX의 이같은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표준안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상관관계에 놓인 「열」과 「바람」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