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경영혁신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영혁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략 80년대 말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국제적인 3低현상 등 기업 안팎의 여러 요인에 의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던 국내기업들은 무한경쟁이라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직면하게 됐던 것이다.

2차대전 후 지속돼 왔던 냉전체제의 붕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등은 국내외 경제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면서 외국 선진기업과의 전면적 경쟁체제에 돌입, 성장성 위주의 기업경영 풍토를 수익성 중시 경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그동안 캠페인 성격의 부분적 개선활동을 벌여 왔던 국내기업들은 90년대에 접어들어 급진적 혁신을 통해 내부적으로 산재한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고 경영활동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리엔지니어링, 리스트럭처링, 다운사이징, 벤치마킹, 아웃소싱 등 다양한 혁신기법들을 도입해 경영혁신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경영혁신활동을 통해 극적인 매출증대 및 수익개선의 효과를 본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경영혁신을 추진한 국내 기업들 중 그 결과에 대해 「매우 성공」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6%에 불과하고, 그나마 「성공적」이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39%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약 60%에 달하는 기업들의 경영혁신 효과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여러 선진기업들에 의해 성공적 사례로 소개된 혁신기법을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기업이 더욱 많다는 사실은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요인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먼저, 경영혁신 운동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경영자의 의지다.

하지만 이는 결코 경영자의 단순한 관심과 지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실질적인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인간의 몸과 같은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라고 볼 때, 혁신이란 병을 치유해 더욱 건강한 몸을 갖게 하기 위한 처방책이며, 경영자는 그 처방책을 결정하는 의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혁신활동은 경영자의 적극적 개입과 그에 따른 현명한 처방책 선정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혁신이란 「새로움에 대한 적극적 실천」이다. 즉 실천이 따르지 않는 「새로움」은 혁신이 아니라 그저 새로움 그 자체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혁신기법을 통해 지상최대의 혁신안이 도출됐다 하더라도 경영혁신의 주체인 종업원들의 적극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성공적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적극적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경영풍토, 즉 혁신적 기업문화에 대한 정립이 동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과연 활용한 혁신기법만이 최선의 치유책이었나」 하는 문제다. 경영혁신활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은 기업이 떠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의 목표와 현 수준과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칼을 대야 하는가라는 혁신과제를 먼저 색출해야 한다. 즉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를 결정한 후, 「어떻게」라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혁신이 단발성의 이벤트적 성격의 활동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기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 전략에 입각한 전술적 개념의 혁신활동이 아닌 마치 한 순간의 유행처럼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경영전략과 혁신전략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전략을 뒷받침하는 혁신전략이건, 혁신전략에 의거한 경영전략이건 둘의 관계는 상호보완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은 커다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늘날 국내기업들은 세계 초우량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며 생존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니, 이미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앞으로 그 싸움은 우리의 안방인 국내시장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각 기업마다의 핵심능력 개발과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대부분이 경영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경영혁신이란 말은 더 이상 혁신적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됐고, 경영자에게 있어서는 이미 핵심과제가 됐다. 보다 정확한 분석과 보다 적절한 혁신기법 선정을 통한 성공적인 혁신활동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영환 현대전자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