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의료기기 산업 (3);당면과제

70년대 X선 촬영장치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은 짧은 역사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문제점은 업체의 90% 이상이 영세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투자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계는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는 첨단 고가 의료장비는 개발할 엄두도 못내고 초보적인 중저가 제품 생산에 주력, 신제품 개발 등 전반적인 수준이 선진국보다 뒤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최근 들어 자금력을 겸비한 대기업과 중견 업체들이 대거 전자의료기기 시장에 신규 가세하고 있으나 이같은 추세가 곧 전자의료기기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자의료기기는 인명을 다루기 때문에 무엇보다 품질과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같은 이유로 어느 분야보다 외산 선호도가 높은 산업이다. 또 전자의료기기 산업은 핵심기술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국민보건과 관련돼 있어 대다수 국가에서 수입관세를 낮게 책정하는 등 국제산업의 특성이 있으므로 국제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내수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외산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75%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학병원을 비롯한 종합병원이 거의 대부분 고가의 외산을 사용, 그 병원에서 수련의과정을 밟은 의사들이 개원할 때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손익은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내수시장에서의 외산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중저가 제품에서 탈피, 고가제품도 개발함으로써 대학병원 등 수련의들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와 함께 전자의료기기는 제품의 특성상 약사법, 의료제도, 의료보험제도, 특허제도 등 각종 제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업계 자체 노력만으로는 시장환경 개선을 도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규제는 많지만 육성책은 미미하고 더욱이 의료기기관련 행정이 보건복지부, 통상산업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정책의 일관성 및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의료기기에 관한 주무부서임에도 불구하고 통산부는 공업발전기금 등 많은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데다 의료기기 검인증 업무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생산기술연구원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어 통산부를 더욱 자주 찾게 되는 등 의료기기관련 업무가 이원화돼 있어 전자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은 불편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자의료기기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싶어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양 부처간 원활한 정보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창구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복지부 산하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과 통산부 산하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 및 의료기기 수입자 단체를 통합, 하나의 협회로 만들려는 작업이 업계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전자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시장 정보에 어둡고 마케팅 전략이 없으며 시장변화에 둔감하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으며 낙후된 유통구조와 구먹구구식 산, 학, 연 협동연구 체제 등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