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교육은 제한적이었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열린 교육이 아니었다. 고구려 때의 태학이나 고려 때 국자감, 조선 때 성균관 등은 당시 하나뿐인 최고의 국립 교육기관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립대학과도 같았다. 모든 사람들한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들 교육기관의 입학자격은 양반 자제들로 제한돼 있었다. 귀족이 아닌 사람의 자녀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입학이 원천 봉쇄돼 있었다.
고려 성종 때 개성에 설립한 국자감은 국자학, 태학, 율학 등 6개의 학과를 두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양반이라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6개의 학과 가운데 하나를 지원할 수가 없었다. 그 집안의 내력이나 가문 지명도에 따라 자제들의 입학 과(科)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 교육기관은 지식전달보다는 인성교육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고 한다. 세월의 간격이나 교육 방식은 다를지언정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격을 형성토록 한다는 교육방침에는 태학이나 국자감, 성균관 등이 일치했다. 그래서 이들 교육기관에서 인격적으로 흠이 있는 입학생은 엄한 질책을 받고 꾸준한 자기 성찰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한다.
요즘 정보사회를 맞아 각 대학들이 내년에 정보통신 관련 첨단학과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경쟁력이 개인이나 기업, 국가간 힘의 우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 올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학과를 조사한 결과 자연계에서 정보 및 컴퓨터 등 취업이 잘되는 학과들이 상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대학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관계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대학이 진리탐구나 인성교육이란 본연의 틀에서 벗어나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학이 유념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