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도의 경기를 전망하는 자료가 관련단체에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망치가 다분히 낙관적인 분홍빛 청사진 일색이어서 혹시 이것이 잘못된 기초자료에 근거하여 나왔을 경우 업계의 판단기준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내년도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이같은 측면에서 그 기초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관련업체 1백2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전자산업동향 및 97년 전망」은 내년도 국내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특히 전체 산업 가운데에서 전자, 정보산업의 높은 비중 때문에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이 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우리나라의 전자, 정보산업 규모는 54조9천6백억원에 달하며 수출은 금년(추정치)보다 9.7% 성장한 4백56억9천6백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판매의 경우 신규 정보통신서비스의 본격적인 시행에 힘입어 12조3천2백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내년도 전자, 정보 관련업계는 금년보다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흥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관련산업의 매출성장률은 3.2%에 그쳤으며 수출은 전년도보다 오히려 2.0%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산업은 지난 85년부터 95년까지 10여년간 두자릿수의 고속성장을 유지해와 지난해의 30%대 매출신장은 커다란 어려움이 아닐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흥회가 제시한 9%대의 신장예측은 업계에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지난 95년에는 전년 대비 29.7%의 매출신장, 40.9%의 수출성장을 기록하는 등 업계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높은 신장률을 보여 금년도의 저조한 신장세는 상대적으로 더욱 피부에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자산업진흥회가 매년 업계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하고 있는 전망자료가 실제 결과치와 상당한 오차를 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빠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진흥회는 지난해에 금년과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경기전망 자료에서 금년도 관련산업의 총 생산액을 61조5천7백30억원으로 전망, 전년 대비 22.5%의 신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또한 전년 대비 26.2% 증가한 5백6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다.
한해를 20여일 앞두고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금년도의 전자, 정보산업은 지난해의 예상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한 것이긴 하지만 금년도의 국내 전자, 정보산업 총 생산실적은 41조원에 이르지 못하며 수출 역시 3백5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40% 정도의 오차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전자정보산업을 둘러싼 시장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예측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신뢰도가 높은 조사라고 하더라도 오차의 한계는있게 마련이다.
진흥회가 매년 발표하는 전자산업 동향 및 내년도 경기전망자료는 조사목적에서도 명시했듯이 내년도의 경기전망과 수요예측을 통한 합리적인 생산계획과 효율적인 전자산업 진흥정책 수립에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올바른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근사치의 예측이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전망과 함께 업계의 대책과 방향제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00년에 세계 3위의 자리를 꿈꾸는 국내 전자, 정보산업의 위치를 감안할 때 경기전망 등 기초자료의 산출방법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