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방송계 대변혁 조짐

내년에 국내 방송계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위성방송이 시작될 뿐만 아니라 지역민방 프로그램이 통신위성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는 등 방송업계가 일대 변혁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새 방송법이 제정되면 내년 상반기 중 위성방송 사업자가 선정돼 하반기부터는 시험방송에 들어갈 전망이고, 공중파방송 역시 24시간 종일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내년 중에 외국의 위성방송을 통해 일부 케이블TV 프로그램이 기존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방영되고, 지역민방 프로그램 또한 국내 통신위성을 통해 전국에 방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한햇동안 최소 20여개에서 최대 60여개까지 TV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채널별 특성 및 방송매체간의 영역이 거의 사라지게 돼 시청자들이 큰 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기존의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일본의 위성방송인 퍼펙TV를 통해 국내에 무차별 공급되고, 중계유선방송은 이를 수신해 여과 없이 기존 중계유선방송 가입자에 공급하게 되면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과의 영역구분이 모호해지게 된다.

현재 연합TV뉴스(YTN)와 현대방송(HBS), 코리아음악방송(KMTV) 등이 퍼펙TV 한국어채널인 「KN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데 앞으로 월드채널인 「아리랑채널」을 포함한 국내 케이블TV 채널 및 지역민방의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최근 부산방송(PSB)을 비롯한 지역민방들은 내년부터 각 지역 민방프로그램을 취합한 뒤 자체편성, 무궁화위성의 통신위성 중계기를 이용해 독자적인 채널로 전국의 중계유선방송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계유선사업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울산 및 경주 등 일부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내년부터 한국통신으로부터 무궁화위성의 통신위성을 임차해 공중파방송에서 방영한 영화와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을 편성, 중계유선방송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기존 공중파방송 및 케이블TV, 또 새로 시작될 위성방송 등이 케이블TV 전송망 및 중계유선망을 통해 공급돼, 위성방송과 유선방송(종합 및 중계를 포함)은 물론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 공중파방송(지역민방 포함)과 유선방송의 명확한 구분이 사실상 없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다큐멘터리 채널인 센추리TV의 김지호 사장은 『케이블TV는 케이블TV대로, 위성방송은 위성방송대로 매체별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연계하는 SCN(Satelite Cable Network)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