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시대의 도래로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정보제공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문자정보로 시작된 디스플레이 정보제공은 기술발전으로 그래픽이 부가되다가 최근에는 동영상까지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게다가 색깔도 단색에서 원색으로, 최근에는 현실감 높은 총천연색으로 제공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로는 액정표시장치(LED)를 이용한 전광판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LED전광판은 초기 완전한 색재현이 불가능했으나 최근 질화갈륨(GaN) 청색LED가 상용화돼 자연스러운 색재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천연색 전광판은 TV나 영화 수준의 영상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 옥외 상업광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을 뿐 아니라 용도가 무궁무진해 시장 잠재력 또한 무한하다.
GaN반도체를 이용한 LED연구는 70년 전후에 시작, 93년말 일본의 니치아화학이 휘도 1칸델라(cd)인 고휘도 청색LED를 개발하기까지 약 20여년의 연구로 이루어진 첨단 반도체기술이다. 종래 청색 발광소자 개발을 위해 사용된 재료는 SiC계, ZnSe계, GaN계 등이다. 이들 재료는 모두 와이드 밴드갭(Wide bandgap) 재료여서 단파장의 광원을 얻을 수 있었다. 80년대 초반 AlGaAs를 이용한 고휘도 적색 LED 개발을 시점으로 GaP를 이용한 녹색LED도 개발됐으며 이들은 적, 녹의 2색 점멸에 의해 4가지 색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를 거듭하면서도 빛의 삼원색(적, 녹, 청색) 중 하나인 청색 발광소자는 개발되지 못하다 93년 12월 니치아화학이 세계 처음으로 칸델라급 청색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청색 발광소자 개발이 어려웠던 점을 재료별로 살펴보면 SiC의 경우 p, n형 불순물을 쉽게 첨가할 수 있고 전도성 제어가 용이해 80년대 후반에 밀리칸델라(mcd)급 저휘도 SiC 청색LED가 개발됐으나 간접 천이형 에너지 밴드구조라는 특성상 고휘도 발광소자로 적격일 수 없었고 청색광원으로 널리 사용하기에도 부족했다. ZnSe계 물질은 SiC와 달리 직접 천이형 에너지 밴드구조로 고휘도 청색 발광소자로 실현이 가능하고 기판으로 사용하는 GaAs와 격자 상수가 매우 비슷해 높은 결정성을 가지는 ZnSe계 박막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ZnSe계 박막 성장시 주로 분자선 결정성장 방법(MBE)이 사용되는데 이때 Zn, Se, Mg, S 등 각 원소들의 증기압이 높아 원하는 양만큼 각 원소를 조절하기 힘들고 p형 불순물 첨가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GaN는 현재 격자 정합하는 기판이 없어 주로 사파이어 기판을 사용하고 있지만 격자상수 부정합이 13.8%나 되고 온도팽창계수 차이가 25% 정도여서 사실상 반도체소자로 제품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GaN계는 기판과 격자상수의 부정합이 커도 광특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밝혀지고 86년 일본의 아카사키 교수가 사파이어 기판위에 저온 AlN완충층을 사용한 기술로 결정성을 높이는 GaN박막 성장에 성공해 GaN이종박막성장(Heteroepitaxy)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휘도는 이중이종접합(Double Heterojunction) 구조의 활성층와 고품위 InGaN가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LED소자의 발광파장은 In의 조성비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InGaN의 에너지 밴드갭으로 3.4eV(파장 3백64nm)에서 2.3eV(파장 5백70nm) 정도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다만 In 양을 정확히 조성시켜야 한다. In의 증기압은 Ga의 증기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균일하게 정확한 양을 조성시키기 어렵고 성장온도가 GaN보다 2백도 정도 낮아 성장온도 조절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In의 조성비 증가에 따라 활성층의 결정성이 저하되고 GaN/InGaN층의 격자 부정합도 발광효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고품위 InGaN 성장방법 자체가 고난도 기술이다.
일본 니치아화학은 92년 이중(Two-Flow) 유기금속화학증착방법(MOCVD)이라는 독창적인 방법을 이용해 고품질의 InGaN박막성장에 성공, 이중이종접합 구조의 LED구현을 가능하게 했다. 93년 말 발광파장을 길게 할 목적으로 활성층의 InGaN에 Zn를 도핑하고 클래드층에 있는 GaN을 AlGaN으로 해 1cd급의 휘도를 가지는 InGaN/AlGaN 이중이종접합 구조의 LED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파이어 기판에 유기금속화학증착방법으로 GaN완충층을 저온(약 5백50도)에서 성장시키고 그후 고온(약 1천도)에서 n-GaN, n-AlGaN, Zn와 Si을 도핑한 InGaN, p-AlGaN, p-GaN 순으로 순차 성장시킨다. 성장후 저저항 p-GaN형으로 만들기 위해 열처리를 한다. 다음으로 n-GaN가 노출될 때까지 식각해서 p-GaN, n-GaN에 각각 전극을 형성한 후 리드프레임에 칩을 탑재, 에폭시로 몰딩하면 LED가 완성된다.
이처럼 니치아화학이 만든 고휘도 청색LED를 개발한 후 LED전광판에서 적색, 황록색, 청색을 이용한 총천연색 표시가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황록색LED는 적, 청색 LED보다 휘도가 낮고 발광 파장도 5백50∼5백70nm 정도로 빛의 삼원색에서 필요한 파장의 녹색이 아니어서 자연스러운 총천연색 표현은 불가능했다. 이 문제 역시 일본 니치아화학이 95년 파장이 5백10∼5백30nm인 고휘도 녹색GaN LED를 생산함으로써 해결됐다. 이에따라 LED는 긴 수명, 고휘도, 고시인성을 갖는 고품질의 총천연색 표시가 가능해져 현재 큰 건물 벽면에 설치할 수 있는 초대형 총천연색 옥외 LED 영상 디스플레이가 속속 등장하게 됐다.
디스플레이외에 적, 녹, 청색의 고휘도 LED의 새로운 응용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곳은 교통신호기기 분야다. 신호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중심파장 5백nm인 청록색 GaN LED이다. 종래 도로 및 철로 신호기의 광원은 백열전구로 적, 황, 청록 혹은 녹색 필터를 이용해 각 신호기의 색을 표시하는데 태양광 등 외부의 직사광이 신호기 내부로 입사될 때 외부광이 반사되어 점등된 것으로 보여질 수 있어 안전상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고휘도 LED를 교통신호기의 광원으로 사용하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된다. 또 종래의 신호기보다 전력소비를 10%로 줄일 수 있고 수명이 최소 5년 이상 보장된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LED신호기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위도가 높아 반사광 문제가 심각한 북미에서는 LED신호기의 보급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고 이미 일부 설치, 이용하는 곳도 있다. 일본도 LED신호기의 규격화를 진행시키고 시험 운행중이다. 전세계의 신호기가 2천만대 정도로 신호기 1대당 LED가 5백~7백50개가 소요된다. 고휘도 청색, 청록색, 녹색 LED의 가격이 현재 개당 1.5~2달러라고 보면 앞으로 이 분야의 시장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LED의 값이 비싸 본격 도입을 저해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빛의 삼원색인 적, 녹, 청색의 광원을 조합하면 백색 광원을 만들 수 있고 조합조건에 따라 색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 새로운 조명장치로도 응용될 수 있다. 더욱이 96년 9월 니치아화학이 고휘도 청색 LED칩 위에 YAG(Yittrium Alumium Garnet)계 형광물질을 증착해 백색광원 제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고휘도 LED를 조명등에 사용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또 청색LED의 출현으로 컬러복사기, 액정패널용 광원 등 사무기기에 컬러 응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청색LED 세계시장은 일본의 니치아, 마쓰시타, 미국의 크리리서치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도시바, 산요, 히타치, 사프, HP, 스탠리 등이 내년에 양산 또는 개발완료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 양산을 목표로 LG전자를 비롯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며 GaN LED개발 산학 프로그램으로 금호그룹과 광주과기원, 한국광전자와 전북대, 삼성전기와 경북대 등으로 연계 추진 또는 계획을 하고 있다. 또 표준과학연, KIST 등의 연구소와 서울대, 동국대, 성균관대, 명지대, 대전산업대 등 대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가 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실온에서 연속발진이 가능한 청색GaN LD(Laser Diode)의 실현에 있어 기판, 공진기 거울면 형성, 결정 결함을 줄이기 위한 박막 물성의 제어 및 광특성의 규명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유도방출기구와 광물성 현상의 해명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집중적 연구개발로 기술적 문제해결과 수년내에 GaN을 이용한 청색 반도체 LD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꿈의 소자로 일컫는 청색 LD의 용도는 매우 다양한 응용분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가장 손꼽히는 분야로 광메모리를 들 수 있는데 현재 사회가 정보시대로 불리는만큼 각종 정보와 통신의 다양화 및 대량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대용량 기록 시스템이 불가결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 메모리와 광을 이용하는 광디스크가 있다.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고선명(HD)TV의 비디오 시스템을 고려하면 현재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에서 집적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같이 광디스크의 고밀도화 기술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픽업(Pick-up)의 광원인 LD가 가장 중요한데 2000년 이후에는 기존 7백80nm, 6백50nm 파장의 반도체 LD보다 단파장인 4백20∼4백50nm의 청색LD가 필요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꿈이라고 여겨졌던 청색LD 실용화의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실온에서 전류 주입에 의한 연속 발진에 성공, 발진 수명이 1백시간을 돌파한 ZnSe계 청색 LD연구는 물성상의 근본문제로 실용화 개발이 정체상태에 있으나 현재 저온에서 연속 발진이 성공한 수준에 이른 GaN계 청색 LD는 고휘도 청색 GaN LED의 상용화에 힘입어 일본, 미국의 각 대학, 연구소, 회사를 중심으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서도 LG전자기술원이 고휘도 GaN청색 LED를 개발한 것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LD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LED의 상용화에 근접했음을 의미하며 이것이 우리나라 청색 LD 실용화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파급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주요 이력
洪昶憙
84년 고려대 전자공학과 졸업
8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광전자전공)석사
9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광전자전공)박사
94년 미국 미시건대 전기 및 전산공학과 리서치 펠로우
94년∼현재 LG전자 기술원 OE그룹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