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급부족사태를 겪었던 세계 브라운관 시장은 올 들어 공급과잉으로 급반전됐다.
95년에는 모니터용 브라운관의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중국 및 동남아지역의 텔레비전용 브라운관 호황에 힘입어 총 1억7천8백40만개의 수요가 발생한 반면 공급은 이보다 2백만개가 부족했다. 96년에는 TV시장의 포화에 따른 수요증가세 둔화와 업체들의 지나친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생산라인 증설경쟁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나 순식간에 수급상황이 뒤바뀌어 세계수요는 총 2억1백80만개로 지난해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공급은 무려 16%나 늘어나 2백30만개가 남아돌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 3사는 그러나 이같은 시장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 한햇동안 총 6천62만개의 브라운관을 판매, 총 5천2백51만개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15.4%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양과 질 양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국내업계의 올해 판매량은 세계시장의 30%에 해당, 더이상 경쟁상대가 없는 확실한 1위를 굳힌 셈이다. 다만 성장률은 지난해 40%의 기록적인 성장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내업계의 이같은 양적인 성장은 공급과잉이라는 악조건을 해외진출이라는 적극적인 공세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브라운관 3사는 올해 세계화전략 1단계로 세계 곳곳에 현지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감으로써 생산 및 영업구조를 지역밀착형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성전관은 독일, 말레이시아, 멕시코, 브라질, 중국 등 4대륙, 5개국에 현지공장을 두는 글로벌체제를 조만간 완성할 예정이며, LG전자 역시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영국 등 4대륙, 5개국 해외생산 거점을 갖추게 된다. 오리온전기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프랑스, 멕시코 등 3대륙, 4개국 현지생산체제 구축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 해외생산 비중이 크게 높아져 삼성전관은 95년 해외생산 물량이 7백50만개이던 것이 96년에는 1천3백만개로 무려 ???5백50만개가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해외생산 비중도 95년 28.3%에서 96년에는 38.3%로 10% 포인트나 높아졌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해외생산이 전무했으나 올해에는 8백90만개로 해외생산 비중이 36.9%에 달했으며 이중 美 지너스社의 인수에 따른 부수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한햇동안 해외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26.???%인 6백40만개를 생산하는 저력을 보였다. 또한 오리온전기도 지난해 베트남공장에서 2백만개의 브라운관을 생산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 공장의 수율향상을 통해 2백20만개의 생산을 기록했으며 9월부터는 프랑스 롱위공장이 가동되는 등 해외생산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브라운관 3사는 또한 올해 해외공장 건설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공장의 컬러TV용 브라운관(CPT)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CDT라인으로 상당부분 전환했고 그 결과 올해 3사의 국내공장 CPT생산량은 약 2백10만개가 줄어들었다. LG전자는 올해 국내공장에서의 CPT생산량을 지난해보다 무려 2백19만개나 줄였으며 오리온전기도 지난해에 비해 국내 CPT생산량이 29만개 감소했다. 기존 고객이 많은 삼성전관만이 국내공장의 CPT생산량을 조금 늘렸다.
브라운관 3사는 기존 CPT라인의 CDT라인 전환과 더불어 CDT용 신규라인을 증설, 고부가 상품인 CDT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올 한햇동안 브라운관 3사의 CDT생산량은 총 2천4백50만개로 지난해(1천6백50만개)에 비해 48.5%나 늘었다.
올해 3사의 CDT매출액은 총 2조1천2백73억원으로 지난해(1조2천9백92억원)보다 무려 63.7%가 증가할 전망이며 전체 매출에서 CDT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0.4%에서 올해에는 48.4%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관과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CDT매출액이 그동안 주력제품이던 CPT를 능가하는 전환점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브라운관 3사는 올해 수량으로는 지난해보다 15.4%의 성장에 그쳤지만 매출액 면에서는 총 4조3천9백25억원에 달해 지난해(3조2천1백52억원)보다 36.6%의 큰 신장을 보일 전망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