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는 공영방송의 존속, 발전을 보장하는 선진국의 방송구조 개편내용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21세기방송연구소(이사장 강용식)가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하는 「위성방송정책의 방향모색」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에 사전 배포한 주제발표 내용을 통해 위성방송 사업자 허가는 기존 방송과의 역할분담을 고려해 급격한 규제완화보다는 기존의 공영적 방송질서를 유지하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효율적인 공민영체제를 구축하는 점진적인 정책추진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의 주제발표 요지를 발췌한다.
<편집자>
위성방송 진출기업군 가운데 지상파방송의 경우 기존 KBS와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실체적 위상과 역할이 인정되므로 허가절차 없이 우선적으로 위성방송 사업권을 부여, 위성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KBS와 MBC에 각각 2개 채널씩 허가하는 이원경쟁시스템, 또는 KBS 2개 채널, MBC 1개 채널을 허가해 KBS에 비중을 많이 두는 일원시스템 중에서 정책적 선택을 할 수 있다. 교육방송(EBS)도 학교교육의 기능을 보충하고 평생교육의 장을 확대하기 위해 채널을 배분해야 한다.
SBS와 지역민방은 기존 방송사간의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선 진입이 허용돼야 하지만 특정 경영주체 또는 지배주주에 의한 방송겸영이라는 측면에선 배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대기업의 방송소유는 미디어산업의 「규모의 경제성」을 실현해 국내 미디어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대외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정책적 선택으로 이해해야 하며, 한국통신 역시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대비하고 무궁화위성사업에 투자한 위험부담과 비용을 고려해 위성방송 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케이블TV에 참여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국(SO)과
프로그램 공급업자(PP)들은 사업활로 개척과 전체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 허가절차 하에서 참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채널배분 및 허가일정은 기존 방송사 3∼4채널, 신문사, 대기업, 종합유선방송국 3∼4채널 등 6∼8개 채널은 1차연도에 허가하고 나머지 3∼4채널에 대해서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영역적 서비스인 유료방송채널(원격교육 및 종교채널)에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유료방송채널은 이른바 「Narrowcasting」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선정절차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프로그램 편성은 지상파방송은 보도, 교양, 오락 등 종합편성을, 신문사 및 대기업, 중소기업 등은 자율편성을, 그리고 유료방송은 전문채널로 각각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성방송 허가방법에 대해서는 종합유선방송과 지역민방 허가시의 사업제안서(RFP)형식은 규제기관의 정치적, 사회적 부담이 크므로 지양하고 공정성과객관성을 담보하는 별도의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의 조정에 의해 주주가 구성된 신세기이동통신과 日 우정성이 경단련에 일임해 위성방송 주주를 구성한 「JSB 허가방식」이 그 첫번째 고려대상으로 정치적 특혜시비를 원천적으로 불식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으로 다수의 신문업체 중 지배주주 선정이 곤란할 경우 신문협회에 일임할 수 있다. 입찰 및 경매제방식은 재정적, 경제적 능력만으로 사업자를 평가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규제기관의 특혜시비를 원천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고, 우리 상황에서는 오히려 공정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척자 우선의 원칙은 신청자에 프로그램 제작 및 조달능력 등과 같은 심사 또는 허가기준을 미리 제시하고 합격된 자에게 허가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기초나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실질적인 프로그램 제작 및 조달능력까지 평가한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이같은 방법들은 사업자 영역별로 구분해 허가방법을 달리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청자에 대해서는 기업군별로 입찰경매제를 적용할 수 있고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신문사에는 신문협회에 일임하고, 개척자 우선의 원칙은 기존 공중파방송을 제외하고 신규방송사업자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
방송위원회 심사방식과 그랜드 컨소시엄방식도 고려할 만 하다. 방송위원회 심사방식은 영국과 일본에서 적용한 방식으로 방송위원회가 방송전문가, 회계법인, 사회이익단체 대표 등으로 심사위원을 구성, 절차 상의 전문성을 살린 제도로 정부는 허가과정 상의 최종책임과 관리만 담당한다.
그랜드 컨소시엄방식은 지배주주가 제한됨으로써 허가과정 상 특혜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으나 위성전쟁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슈퍼방송사업체의 육성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시험방송 및 본방송시기는 통합방송법 통과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KBS, MBC, EBS는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 시험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술테스트, 시장수요 예측, 위성방송과 케이블TV 관계설정, 요금문제 등 정책 상의 과제를 점검해야 한다.
외국 위성방송시장에 대한 진출문제는 국내시장 개방과 맞물리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장려하는 규제완화정책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정리=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