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제작사-도매상-소매상을 거치는 현 음반유통은 단계마다 미세한 가격변동이 뒤따른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음반가격은 제각기 다르며 소비자들은 각 소매점들이 음반에 붙여 놓은 가격표를 믿고 구입하고 있다.
소매상들은 판매증대를 위해 자체적으로 가격을 할인하거나 도매상에서 물건을 구매해 올 때 구입량과 실적에 따라 음성적인 가격공제를 받아 자체적으로 마진율을 조정한다. 이에 따라 소매상간 가격편차가 발생하며 조금만 부지런한 소비자라면 같은 음반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불건전한 유통구조가 만들어진다.
박리다매로 큰 이익을 남길 수도 있지만 질서를 무시하고 유통시장을 독점하려는도매상들의 상술, 무리한 소매가경쟁 등은 문제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새로운 음반이 발매되면 일단 10달러에 유통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5달러,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는 1달러 정도의 염가로 거래된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맞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현 음반유통질서를 감안할 때 고려해 볼만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올해 음반유통업계에서는 대형 소매업체인 M사의 독단적인 가격인하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 회사를 필두로 T사, S사 등의 가격인하가 잇따르는 등 맞불작전이 시작됐고 급기야는 음반 원제공자인 제작사들과의 불미스런 마찰도 생겨났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음반 구입경비가 줄어들는 효과가 있었지만 무리한 가격경쟁으로 유통질서가 관련업체간 눈치보기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형 소매상들이 취급물량이 많은 점을 이용, 마진을 임의로 조정해 가격질서를 깨뜨렸고 결국 이러한 가격파괴의 최종피해는 영세 소매상들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영세 소매상들도 자구책으로 가격을 인하했지만 취급물량이 적어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했고 급기야는 몇몇 대형 소매상들의 음반 독과점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독과점은 항상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독과점은 기존 유통질서를 파괴해 결국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음반제작사들도 불황을 탈피하고자 립스틱, 모자, 양주 등 사은품 제공을 통한 끼워팔기를 시도해 유통업계의 흐름을 어지럽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벤트상품으로 판매고가 증대됐으나 알찬 기획상품이 없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회사의 매출증대를 위해 시작한 것이 회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킴은 물론 부담까지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악자료를 보완하다거나 해설지를 더욱 충실하게 꾸며 음악팬들에게 성의있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을 위한 정기 음악감상회나 비디오관람회, 음반평론을 위한 글을 공개 모집해 소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자사의 앨범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어 음반과 함께 유통시키는 방법도 바람직하겠다.
음반유통의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직판체제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위해 기존 도매상들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취해 온던 폭리를 과감히 포기하는 마인드 전환을 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음반을 구입한 후 영수증을 꼭 받는 습관을 들여 음반유통에 검은 손이 미치지 못하도록 방지해야 한다. 음반사들도 다양한 종류의 음반을 각 장르별 특성에 따라 출반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풍족한 문화생활을 하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하세민 음악전문도서출판 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