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유통업계 난기류...신나라레코드물류 검찰조사로

(주)신나라레코드물류(대표 강활모)에 대한 검찰의 전면조사로 음반유통업계에 난기류가 일고 있다. 이 회사가 국내 음반유통시장에서 보여온 영향력,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단순 난기류가 아닌 태풍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유사종교집단으로 알려진 신나라레코드물류(이하 신나라)의 실소유주이자 교주인 김기순씨(여, 56)를 살인교사, 임금착취,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에 나섰으며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신나라 본사 및 음반제작자회사인 (주)킹레코드, 직영소매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또한 검찰은 강활모 사장(52), 기획, 재정담당 정문교 부사장(44) 등 신나라 핵심관계자 4명에 대해 지명수배함에 따라 회사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그 동안 신나라는 서울지역 음반도매량의 30%, 전국의 50%를 점유하는 등 최대 도매업체로 군림해 왔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 전국음반도매상연합회와의 경쟁,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피소 등과 같은 일련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약 1백33%가 증가한 3백50억원대의 매출이 예상됐다.

이에 대해 국내 음반도매량의 70% 가량을 점유해 온 도매상연합회는 이시우 회장(종로레코드 대표)이 음반업을 포기하는 등 와해의 길을 걷고 있는 데다 주요 업체들도 사업을 축소함으로써 국내음반유통 주도권은 최근 신나라로 넘어가는 듯했다. 음반유통량, 거래지역, 가격 등 모든 영역에 걸쳐 큰 힘을 발휘해 온 도매상들의 위치를 감안할 때 이같은 예상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음반유통은 제작사와 소비자간 직판(直販)이 없다시피할 정도로 전량 도매상을 거치고 있으며, 9천여점에 이르는 전국의 소매업체들도 도매 없이 영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도매상들이 소매점의 규모에 따라 음반공급량과 가격을 임의로 차등 적용하는 등 거의 횡포에 가까운 거래를 해와 소매상들의 불만을 사는 등 그동안 변화의 요구가 조심스럽게 대두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신나라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함에 따라 기존 음반유통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외국 음반유통업체 및 대기업의 음반유통업 진출 본격화 등 국내 음반유통시장의 총체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전국에 4개 대형음반매장을 운영 중인 다국적 음반유통사 「타워레코드」가 사업을 확장하고, 또 다른 다국적 음반유통사인 「버진메가스토어」의 국내진출이 곧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국내 대기업의 경우에도 지난 11월 전국 매장에서 음반판매를 시작한 (주)세진컴퓨터를 비롯해 삼성영상사업단, 제일제당, 웅진미디어 등이 본격적으로 음반유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엔 이번 신나라 사태가 기존 음반유통업계의 몰락과 외국업체 및 대기업의 득세를 한꺼번에 불러오는 불씨가 될 것』이라며 『국내 음반유통시장이 형성된 이래 최대의 변화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