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 선 의료기기 산업 (4);품목별 현향 (상)

전자의료기기는 크게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로 대별된다.

진단기기는 초음파 영상진단기, X선 촬영장치,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전자내시경 등 영상진단장치의 비중이 크며 전자혈압계과 심전도계(ECG) 등 생체현상 기록장치, 전자현미경과 생화학분석기 등 실험분석장치기 진단기기 범주에 속한다.

특히 진단기기는 치료기기와는 달리 인체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시장진입이 비교적 쉽고 고령화 사회로 진행될수록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전자의료기기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영상진단기는 GE,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픽커 등 5개사가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수한 품질의 중저가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가 늘어나 이들 빅 5의 장악력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인체에 투사한 초음파 빔이 돌아오는 것을 신호로 처리, 인체에 전혀 해를 주지 않고 인체내부를 리얼타임으로 진단할 수 있는 초음파 영상진단기는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2차원 영상에서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메디슨이 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사를 인수하면서 보유하게 된 3D기술의 경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그동안 관망자세를 취했던 ATL, 알로카, GE, 지멘스, 도시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착수했거나 일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이 시장의 주력품목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진단기기 내수시장의 경우 병원용 고급장비는 알로카, ATL, 도시바, 아쿠손 등 외산업체가, 의원용 중저가 장비는 메디슨, 삼성GE의료기기, 대영의료기기 등 국내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체의 고급장비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병원용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전체 영상진단기 시장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는 X선 진단장치는 방사선 조사에 따른 인체위해가 입증되면서부터 점차 사용률이 줄고는 있으나 아직 병, 의원의 기초장비로 대체물량만 해도 무시못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필름판독에서 무필름판독 및 영상정보 저장기능을 내장한 제품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GE, 지멘스, 필립스가 약간의 점유율 차이를 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경우 5백 이하의 X선 진단장치는 동아엑스선기계, 현대방사선기계, 대영의료기기 등 국내 업체가 약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나 5백 이상의 고가제품은 대부분 외국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인체의 횡단면에 방사선을 여러 방향으로 조사해 투과된 방사선을 컴퓨터로 재구성, 입체적으로 신체의 단층영상을 얻는 CT는 전체 영상진단기 시장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는데 GE가 가장 앞서 있으며 지멘스, 도시바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슬립링(Slip-Ring), 시네(Cine)-CT기술 개발로 나선형 검사가 가능하게 돼 스캐닝 시간이 매우 짧아졌으며 지속적이고 정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고 향후 모든 CT가 나선형 스캐닝 방법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의 경우 삼성GE의료기기가 지난해 국산화에 성공, 시판중이며 대영의료기기, 동강의료기 등 몇몇 업체가 국산화에 착수한 상태인 데 인체에 무해하고 진단효과가 탁월한 MRI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CT의 수요 및 마진률도 낮아지고 있다.

원자핵을 정자장 속에 두고 일정한 주파수와 에너지를 부여하면 공명현상을 일으키면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신호를 전환, 컴퓨터로 인체내부를 진단하는 첨단 의료기기인 MRI는 전체 영상진단기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으나 CT시장을 급속히 대체해 나가고 있어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분야다.

GE, 도시바가 대등하게 앞서고 있고 지멘스가 그 뒤를 잇고 있는 MRI시장은 이 장비의 단점인 높은 가격 및 긴 촬영시간을 줄이는 데 기술개발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근 메디슨이 1.0테슬라 MRI를 개발,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내수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국산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실제로 최근 메디슨이 납품한 1, 2호기가 지방병원에 설치 완료되는 등 하반기부터 판매에 들어갔는 데도 불구하고 이미 10여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골밀도측정기, 전자내시경 등 영상진단기는 국산화가 상당부분 진행돼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며 전자혈압계를 제외한 생화학분석기, 심전도계 등 생체현상 기록장치와 실험분석장치는 국산화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