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산산업의 「제일조명의 형광등용 자기식 안정기에 대한 NT마크 재심청구」(본지 12일자 20면 참조)는 해묵은 업체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산산업이 일본 조명학회의 글을 논거로 들어 제일조명의 기술이 신기술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이같은 사실은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다른 업체들은 제일조명의 NT마크에 대해 불만은 있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 NT마크에 대한 재심이 청구된 이유는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년부터 전기공사에서 조명공사가 분리돼 그동안 형광등기구에 포함, 입찰돼온 안정기가 내년부터는 별도품목으로 분리 발주되기 때문에 정부가 우선 구매를 권고하고 있는 NT마크를 받은 업체가 독점공급권을 따내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NT마크는 한 품목에 1개씩만 수여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NT마크를 취득하지 못한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불리한 위치에 서게 돼 업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최근 들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왔다. 또한 제일조명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미 업계에서는 보편화된 기술이 신기술로 인정받는 것은 NT마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조사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NT마크 선정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자기식 안정기뿐만 아니라 전자식 안정기에 대해서도 이같은 불만이 번지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H社가 취득한 NT도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며 타 업체들도 이와 같은 제품을 예전부터 생산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선정기관이 충분히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신청업체의 말만 듣고 NT마크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술개발 및 품질개선에 성공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 포상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NT마크제도가 업체의 영업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업체의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선정기관에서는 충분히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철저하게 자료를 검토해 본래의 NT마크 제정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국립기술품질원은 금산산업의 재심청구에 따라 이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중이며 추후 NT마크 선정심사를 담당했던 실무평가위원회를 소집해 NT마크 부여의 타당성 여부를 재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