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인쇄회로기판(PCB)용 원판(동박적층판:CCL)업체인 코오롱전자가 최근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그룹기조실 및 계열사 출신의 「코오롱맨」으로 대폭 물갈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오롱전자의 이번 인사는 일단 최근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추궁과 이동찬 회장 후임으로 대권을 잡은 이웅렬 신임 그룹총수가 그동안 강조해온 「전 계열사에 대한 젊은 경영진 중심의 체제개편」이란 명분의 연속선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두산전자 출신의 이법훈 현 대표이사 부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해부터 코오롱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김일두 그룹기조실 사장을 비롯해 이번에 각각 (주)코오롱과 코오롱유화 이사에서 이 회사 상무로 승진 전보된 박성렬, 강완기 이사 등이 모두 4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젊은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그룹기조실 사장을 역임하면서 코오롱그룹의 실세로 알려진 김일두 사장이 연간매출이 5백억원대에 불과한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 것이나 최근 CCL시장이 최악의 경기부진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또 다른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코오롱전자가 아직 규모도 작고 올 들어 실적이 크게 부진하지만 제조업에 기반이 약한 코오롱그룹의 몇 안되는 유망전자업종인 CCL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이벌인 두산그룹계열 CCL업체인 두산전자 출신의 기존 이법훈 대표체제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앞서 코오롱전자는 이법훈 대표와 함께 지난 91년 대구 페놀사태 이후 두산전자에서 코오롱전자로 자리바꿈한 안세일 김천공장장이 수개월전에 퇴사함에 따라 계열사 생산담당 이사출신의 우종렬 공장장으로 전격교체, 코오롱출신 인사의 대권장악이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여하튼 코오롱전자는 이법훈 대표와 생산담당 책임자인 안세일 공장장 등 두산출신 CCL전문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고 후속으로 2명의 상무이사를 보강함으로써 이제 「제2의 도약이냐 추락이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두산전자가 이영표 전무의 계열사 전보로 영업상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비춰 국내 CCL업계 최고의 영업통인 이법훈 대표의 갑작스런 공백을 코오롱전(자)가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