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대적인 밀수 전자제품 단속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 주요 전자상가에선 여전히 불법 수입제품이 활개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역역조가 심화되면서 관세청이 주요상가를 대상으로 밀수품 단속을 강화하는 동안에도 기존 밀수품 유통업자들의 대부분은 단속을 피해 여전히 업자나 고객을 대상으로 뒷거래하고 있다.
전자상가의 한 매장에서 하루에 판매되는 밀수품 소형 카세트는 적게는 3∼4대에서 많게는 10여대 안팎으로, 전체 상가판매량을 따진다면 실로 엄청난 물량이다.
게다가 단속강화 이후로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매장들이 마진을 대폭 줄여 판매하고 있어 밀수품 유통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관세청의 대대적인 단속이후 외산 AV기기 매장이 밀집돼 있는 용산전자랜드, 터미널 전자상가 등지에선 최근 밀수품을 모두 치우고 국내의 정식 수입사를 통해 들여온 제품들만을 전시하고 있는데, 소니, 아이와, 파나소닉 등 헤드폰 카세트 1백 여종이 전시돼 있던 진열장엔 10종 남짓한 정식 수입제품들만이 띄엄띄엄 전시돼 있어 썰렁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전자랜드의 경우엔 「부정외래품은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는 문구를 매장 곳곳에 붙여놓고 밀수품 유통근절에 대한 결연한 의지마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각 상가 입점업체중 상당수의 업체들이 확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숨겨둔 밀수품을 꺼내 파는 수법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보다 한술 더 떠 일부상가들은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제품을 버젓이 내놓고 판매하는 대담성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업체들은 단속이후 買氣가 급락하자 마진이 적더라도 매출을 올리고 보자는 생각에서 지난달보다 2만~3만원 싼 가격에 밀수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정식 수입제품의 판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니 헤드폰 카세트를 수입, 판매하고 있는 소니코리아와 아이와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성유통상, 에이트상사 등은 정부의 밀수품 단속강화로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예상과는 달리 매출변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단속의 효과가 지난달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듯했으나 이달들어 다시 밀수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밀수품 유통 근절을 위해선 지속적이면서도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관세청은 외산제품 유통시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18∼23일 밀수품 유통을 집중단속했으며, 단속기간에 1억3천만원어치의 밀수품을 압수하고 이를 상습적으로 판매해온 업자 51명을 적발한 바 있다.
한편 관세청은 『통관절차가 지난 7월 대폭 간소화돼 밀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