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제품들도 많았는데 이렇게 커다란 상을 받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업계에서 함께 뛰고 있는 다른 회사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 잘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영어학습용 소프트웨어인 「캡션맥스 1.5R」로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96년 연말대상을 거머쥔 가산전자의 오봉환(37) 사장은 큰 상을 혼자만 받게 돼서 미안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나 내심 오사장은 「캡션맥스1.5R」가 다른 제품과 달리 개발의도나 설계과정 등에서 상당히 고심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할만한 일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껏해야 게임이나 하는 정도지요. 컴퓨터로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배우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오사장은 특히 「캡션맥스 1.5R」이 단순히 한글이나 영문 자막을 표현해주는데 그치고 있는 다른 제품과 달리 『학습 가치가 있는 영화 대사의 중요도를 표시해주고 영화를 상황별로 찾아갈 수 있는 장면 검색 기능을 제공해주며 나아가 중요 숙어와 관용어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는 관용어 검색 기능, 영화 대사에 대한 학습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연습문제 기능, 별도의 전자사전 기능 등을 제공하는데 제품 설계와 개발의 주안점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실질적인 영어학습용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는 얘기다.
『교육용으로 나온 제품이지만 컴퓨터 상에서 동화상을 구현하고 문자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캡션 맥스가 처음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자신이 있어 이 규격을 세계 산업표준으로 끌어가자는게 나름대로의 포부이기도 합니다.』
「캡션맥스 1.5R」은 이미 지난 9월 출품돼 신소프트웨어 상품 9월 월간상을 수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연말대상 수상은 이 제품이 1년동안 국내에서 출시된 가장 우수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입증해준 셈이다.
『월간상을 수상했을 때만해도 감동이 덜했는데 연말대상을 받고 보니 상 자체가 보다 큰 째찍으로 와닿는 느낌입니다. 아마 이 째찍의 의미는 국내시장을 뛰어 넘어 소프트웨어의 해외 수출에도 앞장서라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사장은 연말상 수상을 계기로 국산 소프트웨어 기술의 세계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다지게됐다고 밝혔다.
가산전자는 「캡션맥스1.5」에서 독자적으로 구현한 CCFE라는 기술을 세계 PC용 DVD(디지틀 비디오 디스크)표준으로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갖고 현재 인터캐스트, 마이크로소프트BPC 등 이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컨소시엄에 가입, CCFE 규격을 배포하며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한 DVD 시장은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어 향후 이 기술이 대중화될 때 국내 업체의 로얄티 지출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PC분야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정착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산전자 캡션맥스는 월트디즈니, 터치스톤, 헐리우드 픽처스 등 미국의 주요 영화사들이 규격 지원을 약속, 주요 히트작을 CD타이틀로 만들고 있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가 PC DVD분야의 세계 표준을 주도할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지난 90년에 설립된 가산전자는 현재 자본금 50억원에 종업원 1백80명에 이르는 전문 컴퓨터업체로서 지난 9월에는 한글과컴퓨터 등과 함께 장외주식시장에 등록,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캡션맥스」를 발표하기 이전까지는 바디오카드(VGA), PC화상회의시스템, PC가상현실(VR)시스템 등 주로 비디오 솔류션 제품들을 전문으로 개발, 공급해 왔다. 「캡션 맥스 1.5R」의 개발은 이같은 기술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