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확산에 따라 불교 관련 전산화 작업도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과 세계적인 불교학자의 만남으로 사이버 불교 시대의 새로운 장이 열릴 전망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교계에 따르면 최근 동화사 금당선원 및 부산 해운정사 금모선원의 조실인 진제 큰스님이 세계불교전산화협의회(EBTI)가 추진하고 있는 기관지 제작과 인터넷 홈 페이지 구축을 후원키로 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EBTI의장을 맡고 있는 루이스 랭카스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내한, 지난 12일 진제 큰 스님과 불교 전산화에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진제 큰 스님은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이어지는 법맥을 전승한 대표적인 선승으로 후학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이버 불교」시대를 여는 후원자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이다.
EBTI는 세계 16개국의 불교학자들이 불교 문헌의 전산화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93년 결성한 유일한 협의체로 독자적인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각국의 이해와 협력,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협의체 성격이 학술적 종교적인 탓에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최신 정보나 각국의 의견등을 수렴하는 기관지 발간과 인터넷 웹사이트 구축이 마뤄져 왔다.
이번에 진제 큰스님이 후원을 맡게 됨에 따라 내년 1.4분기중에는 EBTI의 뉴스레터가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공식 홈페이지는 이보다 빠른 내년초에는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EBTI의 활동과 관련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웹 사이트는 3개가 유명하다. 캐나다 앨라스카대학(http://zorba.hafadm.alaska.edu/philo/ebti/EBTI-home.html), 일본의 하나조노대학(http://www.iijnet.or.jp/iriz/irizhtml/ebti/ebti.htm)이 대표족이고 이밖에 독일 괴팅헨 대학에도 관련 사이트가 있다.
한국의 경우 팔만대장경 전산화작업에 참여했고 불교문헌 자동화연구실을 운용하고 있는 혜묵스님이 아이네트를 통해 개설한 사이트(http://www.nuri.net/~hyemook)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들은 모두 EBTI 공식 홈 페이지가 아니기 때문에 자료의 양이나 업 데이트등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내년초 등장하는 공식 웹 사이트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에서 EBTI를 후원한다는 점에서 불교 전산화 표준화를 핵심으로하는 이 기구에서의 한국불교의 위상이나 입장, 발언권등이 훨씬 강화되고 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표준화와 관련해서는 지금처럼 각국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불교문헌 전산화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불교문헌 전산화 프로젝트는 엄청나다.
한국은 이미 삼성의 후원으로 팔만대장경 입력에 나서 지난 1월 1차 작업을 마치고 CD롬을 선보인바 있다.
태국은 마히돌 대학이 주축이돼 태국판 빨리경전(45권, 3,000만자 이상)과 70권의 주석서들을 모두 태국어와 로마자화한 빨리어로 CD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텍스트 내용은 Buddhist Scripture Information Retrieval (BUDSIR) 소프트웨어(버전 4)로 검색할 수 있다.
일본은 동경대 에지마교수 책임하에 대정신수대장경 입력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본원사 출판사는 한문으로된 정토종의 경전등을 일본식으로 읽을 수 있는 CD롬을 선보였다.
또 하나조노대학은 80여종의 선종문헌을 비롯한 한자 데이터베이스와 도구들을 담은 세계 최초의 CD롬인 젠 베이스 CD를 출간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이미 지난 82년 중화대장경편집국을 설치하고 한역 불경 주석서들의 편집과 입력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1차 작업(106권)을 완료했고 주석 부분에 대한 새로운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