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버튼조작으로 번거로운 설거지를 대신하는 식기세척기가 요즘 주부들로부터 가장 각광받는 주방기기로 등장했다.
식기세척기는 세탁기의 원리와 비슷하게 그릇에다 세제가 포함된 강력한 물살을 뿜어 기름기를 비롯한 음식찌꺼기를 깨끗이 닦아내는 제품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60년 전부터 사용해 왔으나 국내에 소개된 지는 불과 몇년밖에 안된다. 보급률도 미국 60%, 유럽 40%로 매우 높은 반면에 우리나라는 2%안팎에 불과하다.
그도 그럴것이 수입품이 대다수인 식기세척기는 2백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주방기기로 웬만한 가정에서는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접시를 주로 세척하는 수입품의 경우 사발류의 그릇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어 주부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93년 동양매직이 국내 최초로 사발류의 식기세척에 적합한 국산제품을 개발, 시판한 것을 시작으로 LG전자, 삼성전자 등이 잇따라 기존 수입제품의 절반가격인 1백만원대의 한국형 제품을 선보이고 판촉을 강화하면서 최근 2∼3년사이 식기세척기 수요는 연평균 40%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맞벌이부부가 늘어나고 서구식 주방문화가 확산되는 등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앞으로도 식기세척기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접어든 시점에서 우리나라 주부들이 가장 하기 싫은 가사노동중 빨래(35%) 다음으로 설거지(30%)를 꼽고 있는 점을 감안해볼 때 몇년내 식기세척기도 세탁기처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시장점유율 수위를 달리고 있는 동양매직을 비롯해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은 사발류의 그릇을 장착하기 편리하고 움푹한 그릇의 구석까지도 강력한 물줄기가 닿을 수 있도록 설계한 한국형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에어컨 다음으로 식기세척기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부들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는 데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단연 세척력이다. 세척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세척시간, 세척수의 온도, 세제, 세척기 메커니즘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릇은 오목하고 깊이 파인 사발류가 대부분으로 구석까지 세척이 안될 경우 다시 손으로 씻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접시 세척에 적합한 수입제품인지 사발류 세척에 유리한 한국형 제품인지 잘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위생적이며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식물이 담겨있던 식기를 세척하다 보면 세척기의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을 경우 나쁜 냄새가 밸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왕이면 냄새가 배지않고 녹이 슬지않으며 얼룩도 지지않는 스테인리스 내장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여러가지 기능을 지닌 식기세척기를 1백%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기능을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소음문제나 세척시간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식기세척기는 구입뿐만 아니라 사용시에도 알아둬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먼저 식기세척기는 전용세제나 린스를 사용해야만 고장없이 오래 쓸 수 있다. 또 식기세척기라고 해서 모든 종류의 식기를 1백% 세척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식기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것이 손세척하는 것보다 휠씬 위생적으로 깨끗이 세척되지만 탄소와 탄소의 결합으로 생긴 냄비바닥의 탄 부위라든지 장기간 끓여서 냄비내부에 생긴 둥근 띠는 만족할 만큼 세척되지 않으므로 손세척이 오히려 적합하다.
동양매직이 세계 최초로 냉온수겸용 세척방식을 적용해 선보인 「DF-121F」는 사발 등의 한국식기와 밥풀 등의 한국음식물 세척에 적합하도록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전기료를 48%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세척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격은 1백4만원선.
또 동양매직이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의 조리기기와 콤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보인 「DWA-076AC」는 세척력이 뛰어나고 대형식기 수납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으면서도 소비자가격은 84만원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LG전자가 최근 개발한 「GDW122MW」는 고효율 히터의 채용과 배수시스템의 효율화로 세척시간을 국내에 출시된 제품중 최단시간인 40분대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3단계 가열세척 기능을 적용하고 삼중 크린필터를 채용함으로써 살균세척 및 악취발생을 방지했다. 소비자가격은 1백7만원선.
수입품중 밀레사의 「G590SC」는 3단 수납구조로 숟가락, 젓가락 수납에 편리하고 한식, 양식 식기세척이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가격은 2백9만원선. 이밖에도 지멘스, GE, 월풀, AEG 등 세계 유명 가전업체들의 제품이 수입, 공급되고 있는데 세척력은 국산제품과 비슷하나 가격은 1백30만원대에서 2백만원대로 다소 비싼 것이 흠이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