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가 추진중인 전자주민증용 전산시스템 구축방법에 대해 국산 주전산기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16일 실시될 주전산기 구매입찰 일정의 전면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내무부의 구축방안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데다 일부 국회의원들마저 내무부의 발상이 지방자치제에 역행하는 요소가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식으로 문제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무부는 오는 98년 전자주민증 제도를 시범실시한다는 방침하에 이를 운용할 전산시스템을 대형 슈퍼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식으로 구축키로 하고 16일 오전 국제입찰을 통해 기자재를 구매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주전산기 업계는 『내무부의 방침대로 전자주민증용 전산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그동안 지방행정전산망의 주전산기 역할을 해 온 국산 주전산기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중복투자로 인해 국가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소지가 많다』며 『16일로 예정된 구매입찰 일정을 전면 연기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각 지자체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의 노후화를 감안, 새로운 국산 주전산기로 시스템을 대체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내무부가 중앙집중식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각 지자체들은 시스템 교체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국산 주전산기의 판로가 거의 막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회의 정호선 의원도 『내무부 방안은 정보의 중앙집중화로 지역간 정보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고 주민정보 이용에 있어 내무부와 지자체간에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며 『업계·학계·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전문기관·일반국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스템 구축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시의 관계자도 『주민등록정보 등 모든 주민관련 데이터를 내무부에서 통합 운용하려는 발상은 지자체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내무부 관계자는 『주전산기 업체 및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내무부의 방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지나친 기우』라고 밝히면서 『내무부 안대로 전자주민증용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면 일반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