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산전업계는 제조업체의 체감 경기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전통적으로 산전부문의 수요를 이끌어 왔던 공장자동화 부문의 꾸준한 신장세와 함께 환경, 공항,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 부문의 투자확대로 괄목할 만한 기술적인 성장을 보인 한해이기도 했다. 특히 PLC 등 공장자동화기기의 수요증가가 연 3년째 30%선에 이르는 고도성장세를 유지했으며 시장개방에 대비한 국내업체의 제품개발 노력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 외국업체들과 동등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면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 자동화기기를 공급하고 있는 앨런브래들리, 모디콘, 지멘스 등 외국업체의 경우 국산 제품과 일본산 제품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가격정책에서 후퇴해 내수공급가격을 한두차례에 걸쳐 인하하는 등 시장개방에 발빠른 모습을 나타냈다.
도로교통, 수처리, 지능형 빌딩시스템 등의 수요증가도 두드러졌으며 특히 서울시와 한국도로공사가 도입을 검토중인 전자통행료 징수시스템(ETCS)과 지능형 교통신호 시스템의 경우 국내업체들의 기술축적 및 시스템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초기시장인 이 분야에 대한 국내업체의 진출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공작기계 업계의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설비도입 축소로 비교적 호황을 보인 수출시장과는 달리 내수시장은 심한 재고누적으로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작기계 생산액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안정에 따른 수출수요 증가와 업계의 대대적인 수출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 부진이 심화돼 전년 동기대비 12.0% 증가한 1조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기종별로는 컴퓨터 수치제어(CNC)선반과 머시닝센터 등 CNC 공작기계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 NC화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은 전년비 50% 정도 늘어난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내수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대안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해외마케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수입은 국내 설비투자 부진으로 전년비 9.5% 증가한 15억7천만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돼 아직 수입의존도가 높기는 하나 점차 그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엘리베이터
LG산전, 동양에레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들은 내수 또는 수출에서 10% 가량의 수주증가율을 보였으나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엘리베이터, 중앙엘리베이터 등 중소업체는 건축경기 불황여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대기업도 수주대수는 늘었지만 업체들끼리의 저가수주 경쟁으로 이윤이 적어져 수주액은 지난해 수준에 불과한 업체도 나타났다.
그러나 주택건축경기 불황여파를 덜 받은 에스컬레이터는 특히 건설업체들의 유통업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각종 백화점 유통업체의 수요가 늘어나 수주증가율이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났다.
<>계측기기
한마디로 전환기의 한해였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외국 유명업체의 공세가 치열했으며 국내 업체들은 통신사업으로 발빠른 전환을 모색했다.
지난 4월 광통신 계측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안리쓰사가 전액출자해 한국안리쓰, 윌트론이란 국내법인을 설립한 것을 필두로 디지털 멀티미터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플루크사도 33%의 지분으로 국내법인을 설립했으며 마케팅과 영업을 분리해 국내판매에 나서던 텍트로닉스사가 이를 통합, 공식적인 출범을 단행했다.
또한 중국, 대만산 저가제품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설자리를 잃은 국내 계측기기 업체들은 계측기기 사업에서 탈피, 통신, 방송사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다.
국내의 대표적인 계측기기 생산업체인 흥창물산의 경우 올해 초 CDMA 기지국용 중계기 개발을 시작으로 CDMA 기지국용 선형증폭기(LPA), 케이블TV용 컨버터 및 송신장비를 잇달아 개발하는 등 통신사업에 집중키로 했으며 이디엔지니어링, 메텍스, 신우전자통신 등 범용 계측기기 생산업체들이 통신, 방송장비 생산에 나서고 있다.
<>전자의료기기
전자의료기기 업계는 경기부진으로 내수 및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가속화돼 이중고를 겪었다.
그러나 그간 기술력과 시장성 문제로 전자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 및 중견업체들이 과거 어느 해보다 의료기기 시장에 신규 가세한 경우가 많아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생화학 자동분석기, 전자내시경 등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고가 전자의료기기가 올 한해 국산화된 것은 가장 큰 수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TV, FDA, ISO9000 시리즈 등 해외 유명인증 획득업체가 속출한 것도 수출확대와 관련, 의미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
<>중전기기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던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올해 생산, 수출 모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특히 수출이 30% 이상의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LG산전, 효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수출전략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며 일본의 해외자재 조달확대도 수출확대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주력품목은 개폐기를 비롯해 차단장치, 변압기 등으로 나타났고 지역은 일본과 미국, 동남아 순이었다.
올해 특기할 만한 점은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가 해제됐으며 이에 따라 중공업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 산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커피자판기의 경우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여름철 특수가 기대됐던 각종 냉음료 및 캔자판기의 매출 및 수주도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LG산전, 삼성전자, 해태전자, 만도기계 등 자판기 업체들은 계절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이 가운데 슬러시기, 아이스크림기 등은 큰 성공을 거두며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됐다.
<산업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