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6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명과 암 (5);TFT LCD

액정디스플레이(LCD)분야는 96년 한햇동안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까지 공급과잉이던 시장상황이 하반기부터 순식간에 공급부족으로 반전됐으며 지난해 초와 말에 각각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양산을 개시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올해 말에 현대전자가 이에 가세, 국내 재벌 3사간 트로이카체제가 출범했다.

3사의 양산돌입으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일찌감치 세계 2위의 TFT LCD 생산국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TFT LCD산업이 시장반전을 계기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 TFT LCD수요는 10.4인치 모듈이 57%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대면적 제품인 11.3인치는 3%에 그쳤으나 노트북PC 메이저들이 고객들에게 보다 유리한 구매포인트를 제공하기 위해 앞다투어 더욱 큰 LCD모듈을 채용하는 추세에 편승, 10.4인치는 불과 몇개월 사이에 주력제품의 자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올해 2‘4분기 들어 11.3 및 12.1인치 수요는 50%로 높아졌고 3‘4분기에는 65%로, 이어 연말에는 75%로 껑충 뛰어오른 반면 10.4인치는 25%로 떨어졌다. 특히 12.1인치 모듈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다가 올 들어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해 연말에는 전체수요의 45%까지 차지, 앞서가던 11.3인치마저 훨씬 추월하는 약진을 보였다.

연초까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았던 LCD시장은 업체들이 고부가제품인 11.3인치 및 12.1인치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절대적인 생산량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 2‘4분기에는 수급균형을 이루더니 3‘4분기에는 공급부족으로 돌아섰다. 이는 TFT LCD업계의 생산설비가 유리기판 1장당 10.4인치는 4개까지 동시 생산할 수 있으나 12.1인치는 2개 밖에 못 만들어 생산량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급부족 현상은 내년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과 LG는 12.1인치 제품의 공급부족과 급락을 거듭하던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음에 따라 하반기부터 각각 기흥과 구미에 있는 제1공장에 TFT LCD용 기판유리를 최대 생산능력인 월 2만∼2만5천장까지 투입하며 생산확대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한 지난 10월 말부터 기흥 제2공장을 완공, 월 5천장의 유리기판을 투입하는 초기가동체제에 돌입했으며, 현대전자도 이천의 제1공장에 11월부터 월 1만장의 기판유리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양산을 개시한 현대전자를 제외하고도 삼성, LG 양사는 올해 TFT LCD부문에서 총 5억달러(4천억원) 매출에 3억5천만달러(2천8백억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컬러LCD 생산 및 수출실적의 약 2배에 해당한다. 또한 국내업계는 올해 14인치급 모니터용 제품과 21.3인치급 대면적 제품을 개발하는 등 질적인 성숙도 동시에 이루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8백60×6백80과 1천24×7백68 해상도의 14인치 및 15인치 액정모듈 4종을 개발, 자사 모니터에 채용해 액정모니터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으며 연말에는 브라운관의 해상도를 능가하는 1천6백×1천2백 해상도의 울트라 XGA급 21.3인치 TFT LC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LG전자도 1천24×7백68의 해상도에 26만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고 시간당 20W만을 소모하며 보상필름을 사용해 광시야각을 실현, CAD, CAM 등에 활용되는 고급 모니터용 14인치를 개발한 데 이어 16:9 화면비율의 VGA급 광폭모듈을 개발, TFT LCD를 HDTV시대에 대비한 벽걸이TV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지난달에 세계 처음으로 노트북PC에 채용할 수 있는 14.1인치 TFT LCD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7백68×1천24도트의 XGA급 해상도를 지녔으면서도 무게와 소비전력이 각각 6백50과 4W에 불과해 SVGA급 해상도에 6백, 3W의 기존 12.1인치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A4규격의 기존 노트북PC의 크기를 바꾸지 않고도 화면크기를 12.1인치에서 14.1인치로 확대시킨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산 2년째에 접어든 국내 TFT LCD업계는 올해를 계기로 본격적인 시장공략기에 접어들었으며 이를 통한 자생력을 바탕으로 바야흐로 도약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