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는 지난 1년 동안 연재된 「연중기획-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자」시리즈의 최종 완결편으로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이끄는 정부, 단체, 업계, 연구계, 학계 대표 5명을 본사에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회에서는 본란이 그동안 지적해온 소프트웨어산업 생존 및 발전과 관련된 현안을 전문가 시각을 통해 짚어보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시책을 통해 21세기 소프트웨어 선진국으로서 미래를 조망해본다.
장소:전자신문사 편집국장실
참석자:이단형(사회, 시스템공학연구소 선임부장,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심사위원장)
이찬진(한글과컴퓨터 대표, PC소프트웨어개발자협의회장)
이광호(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 부회장)
김호(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 정보통신진흥과 과장)
최종욱(상명대학교 정보과학과 교수)
* 사회: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번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키로 한 결정은 그 중요성을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좌담회 진행을 위해 우선 제나름대로 소프트웨어가 갖는 의의를 다섯가지로 정의해보겠습니다.
우선 소프트웨어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사실과 타 산업에 대한 피급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파급효과로 봐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없이는 타 산업이 존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이지요. 소프트웨어는 또 기업경쟁력 제고와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등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는 저비용, 고효율성이라는 정부 조직 운용의 본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소프트웨어가 갖는 의미가 이런 정도이니 세계 각국이 모두 미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도 가히 경쟁적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준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우선 학교에 계신 최종욱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실까요.
* 최종욱:저는 대기업들의 과열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 봅니다. 30대 그룹의 경우 시스템통합(SI)분야를 표방하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들이 다 있습니다. 겉으로는 매우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대기업들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인데 그들은 계열사 물량도 소화합니다. 예컨데 현대그룹 직원들은 현대차만, 대우그룹 직원은 대우차만 각각 구입하는 식이죠. 따라서 대기업 SI사들은 그룹사에서만 필요한 것만 개발하면 되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저하되고 맙니다. 또 시장은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기업들에게는 주어담을게 없는 식의 시장왜곡이 계속되는 것이죠.
* 김호:그 점 정부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바입니다. 제살을 깍아먹는 짓이죠. 제가 유학때 본 것인데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양대 산업벨트랄 수 있는 보스톤(동부)과 실리콘밸리(서부)의 차이가 크게 느겨졌습니다. 보스톤 지역은 쇠락하고 있고 실리콘벨리지역은 융성하고 있는 차이점 같은 것이죠. 예컨데 보스톤 알대 기업업들은 원래 보수적이어서 아웃소싱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처음부터 개방적이고 진보적이어서 아웃소싱에 매우 역동적 시각을 갖고 있지요.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지금 미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는 거의 완전하게 서부벨트로 기울어지지 않았습니까.
* 이광호:저는 약간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각각 자기 몫의 계열사를 만드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경쟁해야되니까요. 오늘날 삼성이 있는 것은 LG가 있기 때문이고 LG가 있는 것은 삼성이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 대기업 계열 SI사들의 입장은 과도기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김호:하지만 경쟁은 동등한 조건과 상황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신의 시장을 만들어 자기 혼자만 먹겠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 입니다.
* 사회:대기업들은 초창기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전산실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 전산실이 바로 오늘날 SI 자회사의 모태나 도구가 됐죠. 물론 SI사 설립의 진짜 목적인 남주기 아까워서였다는 것이었죠.(일동 웃음) 그렇다고 대기업 SI회사들이 무조건 파행 운영되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룹 내부거래이긴 하지만 계열끼리는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 셈이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은 우리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입니다. 사실 대기업들이 인력양성에 쏟는 노력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인력은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 있는 이찬진사장은 현재의 SI기업에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 이찬진:문제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같은 분야에 매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마다 전문성이나 특성이 없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A사는 지리정보시스템, B사는 빌링시스템 하는 식으로 특화돼야 세계화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쌍용정보통신이 지리정보시스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집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패키지 소프트웨어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도무지 믿을만한 통계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들은 자꾸 SI가 호황이고 소프트웨어 전체가 미래 유망산업이라고들 하는데 그 근거가 있어야지요. 최근에 와서 수치가 조금씩 나오긴 하는데 그것마저도 2중, 3중으로 잡히는거예요. 저희 「글」 워드프로세서의 경우 생산 분야에서 잡히고 유통 단계에서 잡히는 겁니다.
* 김호:저는 정부 조직에서 유일한 소프트웨어 정책 담담자인데 이 자리를 맡고보니 도무지 수치라는게 없어요. 내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이 수치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 최종욱: 현재의 SI산업은 앞으로 3∼5년 내에 재편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는 예정된 인프라 물량이 석유매장량 처럼 모두 소진된다는 겁니다. 물량이 소진된다는 것은 기업들의 전산화가 마무리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대비해서 기업 관계자들이 신규 아이템을 찾으러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학회에서도 이를 연구하는 산학 과제가 있습니다. 물량이 소진되면 불황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 불황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제 얘기는 닥쳐 올 불황이 오히려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에 바람직한 경쟁력을 가져다 줄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 이광호:물량 소진론에 대해 저는 다른 입장입니다. 인프라 물량이 소진된다 하더래도 유지보수나 시스템 교체 등의 수요는 계속 있기 마련입니다. 또 데이터웨어아우징, 데이터마트, 전자상거래(EC)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수요들이 자꾸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생각 역시 기업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추구하거나 특화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자께서 나중에 말씀하시겠지만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특화 노력이 될 것입니다.
* 사회:SI분야를 중심으로한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대한 현안들은 충분히 논의됐다고 봅나다. 이제 패키지소프트웨어에 대한 논의로 화제를 돌려보기로 하지요. 한글과컴퓨터는 우리 문화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국내 시장의 1인자가 됐습니다. 사실 패키지 소프트웨어시장은 그 특성상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최소한 이삭을 줍는 2등은 해아 합니다. 3등은 몫이 없는게 이 시장입니다. 우리 패키지업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요.
* 김호:세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간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연대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금방 쓰러질 것만 같던 미국의 볼랜드는 1백개의 기업들과 연대해서 「델파이」라는 걸출한 제품을 내놓고 기사회생했지요. 볼랜드의 「델파이」는 아웃소싱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제품이죠. 우리기업들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같은 개방성과 국제적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별안간 수직 점프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외국 기업과 연대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이광호:동감입니다. 그러나 외국기업과의 연대나 제휴는 시장 환경과 성사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외국기업과의 제휴는 수요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패키지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 가운데는 불법복제가 근절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지요.
* 사회:패키지소프트웨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한 요소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이찬진:최근 세계적으로 부상한 소프트웨어회사들 이를테면 이스라엘의 보컬텍이나 미국의 리얼오디오나 넷스케이프는 비용(개발비) 상으로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희한한 것을 개발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경우입니다. 넷스케이프의 웹브라우저가 증명한 것처럼 그 희한한 것은 바로 아이디어이지요. 물론 아이디어는 아무나 또는 아무 때나 떠오른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경험과 기술 축적, 또 마키팅이 밑을 바쳐줘야 합니다. 결국 우리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바쳐주는 것은 확실한 마키팅 전략이라고 봅니다. 한때 정부나 사회 일각에서는 기업들에게 개발만 해주면 뒤는 책임지겠자는 식의 분위기 팽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키팅이 따라주질 못해 팔지 못했지요.
* 이광호:산업을 결정적으로 좀먹고 있는 것이 불법복제입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지적재산권위원회(SPC)에서도 단속활동을 나서긴 하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우리 시장은 연간 2백만대의 PC가 판매될 정도이니 적지 않은 규모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불법복제인데 이 문제만 해결돼도 패키지 업계가 그런대로 버틸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고도의 마키팅전략을 수립하는데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인데 실상은 겨우 PC공급사들이나 사용자들에게 『불법복제 덜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하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 최종욱:사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불법복제 문제를 선결해주는 것이 확실한 지원책이 될 것입니다. 보칼텍만한 회사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지 않겠습니까. 기업들은 실제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불법복제를 막아주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것이 정부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찬진:기업들이 시야를 넓게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시야의 차이가 선진 외국기업과 국내 기업간 경쟁력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 사회:상당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예비창업자 또는 예비 사원시절, 즉 학생 때 시야를 넓혀서 국제무대에 도전케 해야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학교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 최종욱:대학교육이 너무 천편일률적입니다. 서울대나 과기원의 커리큘럼을 모든 대학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실정이지요. 운용체계나 컴파일러 등 80년대부터 가르쳐온 내용을 지금도 강의하고 있다는 것은 고쳐져야 합니다. 10년전의 운용체계 설계 기술이나 컬파일링 이론을 지금 어디다 써먹습니까. 현업에서 바로 실용가능한 기술 등에 대한 강의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시야를 넓히는 것은 현재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교육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호:저도 교수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현실은 교수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아주대학교의 경우 교수의 논문 실적을 급여에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되면 교수들은 논문을 쓰기 위해 서머스쿨이나 윈터스쿨에 나가 새로운 기술과 이론을 받아들 일수 밖에 없겠지요.
* 이광호:요즘 젊은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바로 보겠다는 의미에서 『이제 10년전에 만든 강의노트는 버리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들이 먼저 새로운 학문과 첨단의 세계를 공부해야 된다는 애기로 들립니다만, 아뭏튼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서 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최교수님이 지적한 천편일률적 교육방법의 문제점과 함께 비전공과 학생들에 대한 마인드확산 교육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소설가나 시인이 문학전공자가 아닌 경우가 많은 것처럼,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경험이 풍부하다면 전공자 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이찬진:저는 최근 지방에 있는 대학들에 자주 특강을 나가는데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지적 열망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들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인터넷이 그 기회의 장소다』라는 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눈치였습니다. 학생들은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서 넷스케이프를 다운받아 써보니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대학이 넷스케이프 같은 최근의 추세나 동향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학교의 개혁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단기적으로 교육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하는데 저는 여기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어요. 언론들이 성공기업이나 출세한 기업인 스토리 등을 기획해서 다뤄주면 좋은 교육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에 잠재돼 있는 아이디어를 자극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 아닐까 싶어요.
* 사회:학교에 대한 개혁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얘기이겠지만 기술인력 확보 문제를 다뤄보기로 하지요.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당장 현업에 투입하지 못하고 1, 2년 동안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합니다. 각종 자격증들은 종이 조각에 불과하고, 그래서 일자리는 많은데 취직은 어렵고 또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없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 이광호:기업들이 신규인력 확보를 타기업으로부터의 스카웃으로 해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내대학이나 단기 사설학원 같은 곳을 이용한 인력양성 방안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찬진: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체계화된 교육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상급 경력자가 자신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 체계적으로 전수해야 하는데 그런 점도 부족합니다. 특히 우리 기업들에게 프로그래머는 그런데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개발내용을 전체적으로 조정하거나 상품을 기획하는 중간관리자급 요원은 태부족입니다. 사실 기업경쟁력이 상품경쟁력은 여기서 결정되는데도 말입니다.
* 김호:사실 정부도 그동안 프로그래머 위주의 실무 작업자(worker) 양성에만 염두에 뒀던 것이 사실입니다.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거죠. 앞으로 기업들이 컨벤션이나 컨퍼런스와 같은 기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최종욱:대기업들은 몰라도 중소기업들에게 신규인력을 재교육 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됩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현업 투입이 가능한데 그런 점에서 우리대학에서도 대학별 특성을 살려 이론 중심의 강의 보다 현업에서 바로 활용이 가능한 현장교육 위주로 교육체계를 바꿔 나갈 계획입니다.
* 사회 :장기적으로는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신기술 수용체제를 확보하고 단기적으로는 기업내 사내대학 등의 활성화가 고려해 볼 만하다는 의견으로 압축된 것 같습니다. 이제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얘기해보기 하지요.
* 이광호: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도시와 중소도시, 상류사회와 하류사회 간 정보화 격차가 너무 큰게 현실입니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내수 시장 활성화의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 이찬진:정부에서 정보시스템 구매시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10% 구매키로 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대기업 PC공급회사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적정가격을 보장해주면서 번들공급을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PC회사들이 안팔리는 소프트웨어를 억지로 번들어 밀어 넣는다면 사용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사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번들 보다 『이런 제품을 추천한다』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같은 제품들도 대규모모 번들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드웨어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규모나 영향력이 상호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능한 것이지요.
* 이광호:정부가 번들을 막아주는 등 내수시장 부양책 같은 것을 펴야하지 않겠습니까.
* 김호: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이제 정부가 민간에 개입할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번들이나 불법복제 같은 문제는 PC회사나나 개발사 또는 사용자끼리 합의점을 찾고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예컨데 관련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고 기술담보 대출 제도를 현실화하고 있는 일들을 들수 있죠. 한마디로 기반을 조성하는 일인데 그외에 인력양성, 기반기술 확충, 정보관리체계 확립 등이 잇습니다. 또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심판역할도 정부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와관련해서 정부는 표준화, 대가기준 마련, 입찰제도의 개선 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사회:수출시장 개척도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되는데요.
* 이광호:좋은 상품이 있으면 수출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닙니까. 기업들 사이에서 일류상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파급효과가 기대됩니다. 정부는 이제 수출포상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만합니다. 1천만불탑 5천만불탑 같은 것 말입니다.
* 최종욱:정부의 지원책도 자금 지원 보다는 기술지원쪽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는 특히 멀티미디어나 통신기술 등 신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자금지원의 경우 미국정부 처럼 주식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때입니다.
* 이찬진:기업인으로서 저는 내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주식장외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금여력도 좋아지는 등 수출환경도 많이 개선됐다고 느껴집니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각시켜 수출 의욕을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 김호:대기업들은 당장 계열사의 세계적인 거점망을 활용할 수 있어 퍽 유리하다고 봅니다. 정부도 우선은 대기업들에게 많은 기대를 많이 걸고 있습니다.
* 사회:기업들에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의 강화가 아닌가 합니다. 끝으로 기업이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최종욱: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외국에서 여과과정이 없이 기술을 들여와 형성됐습니다. 이제 외국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세미나나 교육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역할은 정부나 기업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 이광호:그 방편의 하나로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같은 국책 연구소에서 이론이나 기술 등을 재교육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호:올해부터 정보통신부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지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책과제 선정시 소프트웨어분야를 적극 지원토록항 계획입니다. 내년에 1천5백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는데 국책연구소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습니다. 또 최근에 출범한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역할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사회:장시간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짧은 역사이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 기업, 단체, 학계 등이 이렇게 의견을 일치시킨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자신문에게 특히 감사를 드립니다. 이같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전자신문이 「소프트웨어를 살리자」와 같은 장기기획물을 마련해서 사회적 여론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소프트웨어산업이 영원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진행=서현진 기자, 정리=이재구, 함종렬,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