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디오산업 소비자 직판시장을 뚫어라 (6)

유통망 개선 시급하다

3만명 이상의 방문판매 영업사원을 통해 연간 2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최대의 방판유통망을 거느리고 있는 웅진그룹은 올해 2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소비자직판용 비디오판매량이 내년에는 1백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방문판매가 앞으로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경우 비록 외형적인 마켓볼륨이 늘어난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직판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통선진국인 미국에서 방문판매는 영업사원이 제품을 들고 소비자를 찾아가 얼굴을 맞대는 이른바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방식에 판매를 의존해야 했던 20, 30년대에 잠깐 유행했을 뿐이며, 뉴미디어와 통신이 급격히 발달한 오늘날에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직판 비디오시장에서 방문판매는 거의 자취를 감춘 대신에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소매점과 「마크로」와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 「블록버스터」나 「타워레코드」 등 멀티미디어 복합매장에서 직판비디오가 팔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30만원에서 1백만원을 호가하는 교육물 시리즈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비디오가 외제화장품, 건강식품, 전집류 출판물 등과 함께 방문판매의 주요 아이템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내년도에는 영어교육비디오 등 시리즈물이 쏟아지면서 방문판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문판매의 마진율이 무려 60∼70%에 달하고 제품의 질보다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비자 직판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비자직판 비디오시장에서 이처럼 낙후된 유통인 방문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시리즈 교육물의 경우 부피가 커서 전시면적당 수익률에 민감한 매장 주인들이 입점을 꺼리고 있는 데다 비디오 제작사들이 대부분 중소프로덕션이라 방판을 제외하면 판로개척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우일영상, 삼성영상사업단, SKC 등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소비자 직판시장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제일제당 비디오 판매담당 김준희 과장은 『유통 마진을 줄이는 것은 시장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일시적으로는 방판유통을 이용하겠지만 결국은 전시판매로 돌아서게 될 것』이며 『앞으로 3, 4년 정도 지나면 전시판매의 비중이 방문판매를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MBC와의 계약으로 소비자직판 비디오를 취급하게 된 SKC측도 『우선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방판 대리점을 모집해 시리즈물 비디오를 팔겠지만 앞으로 멀티미디어 복합매장을 적극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에 따라 소비자 직판시장은 점차 낱권이나 2, 3편짜리 비디오의 전시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시리즈류의 방문판매가 홈쇼핑, PC통신, 인터넷 등을 이용한 텔레마케팅 및 통신판매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정착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