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전 중계유선망 철거 파문 내막

한국전력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중계유선망 철거계획은 군데군데 논리적 모순마저 안고 있는 데다 정부의 초고속망 정책과 배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행에 이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중계유선방송업자들은 한국전력의 철거계획이 그 출발점부터 설득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은 한전의 「韓電柱에 대한 중계유선망 무단설치」 주장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그동안 중계유선망 구축을 위해 遞信柱(KT)와 韓電柱를 함께 사용했던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은 한국전력측에 수차례에 걸쳐 「합법적인 한전주 이용계약체결」을 요구해 왔고, 한전측이 그때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기피해 왔던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중계유선방송업자들은 KT와는 체신주 1개당 월 1백30원의 임대계약을 체결, 잡음이 없었다. 서울지역의 한 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한국전력은 시유지에 전주를 무단 설치해 사용해오다가 올해부터 서울시의 각 구청 등 지방자체단체와 연 1천5백원의 시유지 점유계약을 체결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체결을 기피하고 도시미관상 한전주를 철거하라고 하면 철거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한국전력이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반발과 정보통신부의 곱지 않은 시각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는 숨은 뜻이 있다고 보고 있다. 관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 사업구역 내에서의 독점적 위상정립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한국전력이 제안한 「중계유선망 철거 후 한국전력의 전송망 임대계약 체결」은 일견 수입확대라는 해석도 가능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중계유선방송의 가입자에 대한 통제력 강화가 내포돼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중계유선망과 케이블TV

전송망을 통해 부가통신서비스가 허용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이같은 해석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한국전력이 중계유선망 철거계획을 추진하면서 전국 8백50여 중계유선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관할 32개 SO구역 내의 중계유선방송업자들에게만 이같은 계획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통신과 함께 전송망사업자로 활동해 왔던 한국전력은 지금까지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에 케이블TV 전송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이같은 주장은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계획 가운데 HFC(Hybrid Fiber Coaxial) 망의 활용가능성에 따라 최근 정보통신부로부터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시내전화나 부가통신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SO의 가입자가 제한됐다는 점일 것이다.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한국전력이 SO구역 내 가입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사업활성화를 위해 행동을 취한다면 중계유선방송업자의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중계유선방송업자의 해석이 맞는다면 한국전력은 「전송망의 부가통신망 활용가능성 제고」 「잠재적 경쟁사업자 제거」 「전송망 수입확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중계유선망 철거로 거둘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쟁사업자 제거라는 한국전력의 의도는 정보통신부와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의 반발로 부정적 결과만 얻을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부는 한국전력의 이번 철거계획에 대해 중계유선망의 활용가능성을 예로 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중계유선업자들은 한국전력이 강제철거를 추진한다면 협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별도의 전신주를 설치, 한국전력과 대항해 나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실제로 중계유선망을 강제 철거할 수 있는 지는 아직 의심의 여지가 있다. 사유재산 침범에 따른 민사소송이나 유선방송관리법상 문제, 중계유선망의 초고속망으로서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난시청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계유선방송 가입자들의 민원 등 강제철거를 단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통신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통신사업을 쟁취해 냈던 사실을 염두에 둘 때, 한국전력의 중계유선망 철거계획은 엄포로 끝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 협회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중계유선업자의 시각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