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중저가 제품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첨단 의료기기를 생산, 세계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업계는 물론 정부, 대학 및 연구소 등 관련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가능하다.
소독기, 전자혈압계,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일부 국산 전자의료기기의 경우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대다수 품목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산 의료기기의 국제경쟁력이 낮은 것은 회로설계 기술이 낙후되어 있고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데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중적인 투자로 핵심기술의 자립도 및 품질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자체적인 평가다.
또 제품선택은 보급형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 등 선진국의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전자혈압계 등 특화된 제품의 경우는 기술장벽이 낮아 개발 및 시장개척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부문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추세가 가전제품처럼 디자인이 경쟁력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업계의 디자인 인식도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설계단계부터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2001년까지 보건의료산업의 고도화 및 선진 보건복지 충족을 위한 첨단 의료공학 기술을 개발한다는 선도기술?????(G7)의 의료공학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지난해부터 시작돼 총 1천7백39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있는 등 각종 기술개발 자금지원에 힘입어 산, 학, 연 연구협동이 활성화되고 있어 작은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연구개발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활발한 연구개발에 비해 상품화에 성공한 기술은 극히 일부에 불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개발과제 선정시 시장수요 및 상품화 가능성 등을 예측하고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보유능력에 따라 연구과제를 선정하다 보니 상품성보다는 논문으로서의 가치가 강조돼온 점과,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과제를 선정함으로써 연구비가 적게 배분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과제의 선정시 고난이도보다는 시장개척 가능성을 중점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을 일류화 품목으로 선정, 이를 집중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금액중 50%를 차지하고 있는 영상진단기분야의 수출비중은 80%인 데 비해 17%의 지원금액을 차지한 수술 및 치료기기는 전체수출의 5%에 불과해 기술개발 자금비율과 수출실적이 일치하지는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수출시 진단기기가 수술 및 치료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위험이 덜해 수출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Bottom Up」 기술개발 지원시스템에서 탈피해 시장규모, 개발가능성, 마케팅 등을 고려한 「Top Down」 시스템으로 전환해 일류화 품목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 지원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밖에 혁신적인 기술개발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제조업체, 학계간 협동연구를 위한 「의료기기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대학 및 전문대학의 의공학관련 학과를 더욱 늘려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며 연구실습용 기자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국산 의료기기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요처가 기술개발에 참여할 경우 기술개발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병원에 임상시험 및 우선 구매의무를 부과하도록 정부의 기술개발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과 병원이 장기저리융자에 의해 의료기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국산기계 구입용 외화대출자금 및 할부금융자금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 착수기금(Seed Money) 공급과 G7????과제의 적극적인 지원 및 파급효과(Spin Off)를 높이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이용, 수출을 활성화하는 등 기술, 제품, 시장개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업계 관계자들은 EDCF 자금 및 남북 경제협력 기금을 통한 국산 전자의료기기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EDCF 총액중 일정비율을 중소기업에 할애하도록 운영요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