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6 전자산업 부문별 결산 (13);일반 부품

가전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국내 일반부품업계는 세트업체들의 잇따른 해외진출로 인한 수요감소 및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채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요확대를 보여온 통신기기시장이 상승국면을 지속해 관련 부품시장에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일반부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콘덴서와 저항기의 경우 최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전시장의 정체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가격은 해마다 사상 최저가를 갱신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고 자금력이 취약한 소규모 마일러콘덴서업체들의 상당수가 채산성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하거나 공장 문을 닫았다.

세계적인 전해콘덴서업체인 삼영전자공업은 제품단가의 하락이 주원인이 돼 올해 매출액이 몇 차례의 하향수정을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전년도에 비해 한자릿수 성장에 그친 1천5백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해콘덴서와 마일러콘덴서를 생산하고 있는 삼화전기의 경우도 그동안의 지속적인 국내외 설비투자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15% 이상 늘어난 1천2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채산성 악화로 경상이익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국내 콘덴서업체의 대명사인 삼화콘덴서의 경우도 매출이 전년대비 7% 가량 늘어난 5백8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저항기시장에서는 한륙전자와 함께 국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비코가 전년대비 14% 가량 성장한 2백억원을 기록, 당초 계획한 목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년도에 칩저항기 생산부문에 투자를 감행했던 한륙전자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매출액 40억∼50억원대의 중소 저항기업체들은 목표액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두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PCB업계는 예상을 뒤엎은 경기침체로 일부 다층PCB(MLB)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고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약간의 변수와 업체별 편차는 있지만 많은 업체가 연초 목표달성은 커녕 지난해 수준, 또는 이를 약간 웃도는 실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PCB업계의 전반적에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형 업체 위주로 시장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MLB는 그나마 하반기 들어 SIMM모듈, 노트북PC, 이동통신시스템 및 단말기, 고성능컴퓨터/주변기기 등에서 수요가 급증,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며 국내 PCB시장을 주도했다.

트랜스포머업계 역시 업체별 매출은 지난해 수준에 그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철심트랜스업체 가운데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크게 떨어진 업체도 있는 등 시장확보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레인지용 고압트랜스 전문업체인 동양전원공업의 경우 올해 생산량은 5백50만대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50만대 늘어났지만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4백90억∼5백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며 지영사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도 20% 가까이 떨어진 1백6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코어업계는 페라이트 코어업계가 비교적 선전한 반면 규소강판 코어업계는 부진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삼화전자와 이수세라믹 등 페라이트 코어업계는 일단 경쟁이 규소강판 코어만큼 심하지 않고 경기부진 속에서도 브라운관산업이 고성장세를 유지한 데 힘입어 최대 품목인 편향코일(DY), 고압트랜스(FBT)용 코어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그런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익률은 다소 떨어져 삼화전자나 이수세라믹 모두 매출증가 속에서도 순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다.

페라이트 코어업계와 달리 규소강판 코어업체들은 올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등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였다.

국내 최대 규소강판 코어업체인 한국코아는 올해 매출증가에 역점을 둔 결과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6백30억∼6백4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삼경정밀이 지난해와 비슷한 5백20억원 정도를, 한국성산이 전년대비 10% 정도 감소한 2백3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고 혜성전선도 코어부문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일반부품 중 올해 반도체만큼이나 경기변동이 심했던 곳은 수정디바이스분야다. 지난해 수요급증으로 공급이 달릴 정도의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수정디바이스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퇴조기미를 보이던 「크리스털 사이클」이 올 들어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서 일부 선발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수요감소와 함께 태일정밀 등 신규업체의 가세로 인한 공급과잉현상과 중국 및 동남아산 일본제품의 가격공세로 국내 수정디바이스 평균단가가 연초 대비 10∼20% 하락, 상당수 업체의 이익률이 크게 둔화됐으며 후발 중소업체들은 경상수지 악화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국내 수정디바이스 생산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싸니전기, 고니정밀, 국제전열 등 선발 3社는 적극적인 해외생산 확대전략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10% 안팎의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해 부품업계 전반의 양극화 현상을 재연했다.

한편 커넥터시장은 타 전자부품시장에 비해 비교적 높은 두자릿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 4분기만 해도 커넥터업계는 타 부품업계와 마찬가지로 불황의 한파가 기승을 부려 당초 세워 놓은 전년대비 30% 이상의 고성장 목표는 커녕 지난해 수준을 달성하기도 벅차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를 넘어서면서 이동통신 및 휴대기기와 관련한 고부가가가치 커넥터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비록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교적 건실한 약진을 보인 한 해가 됐다.

지난 9월 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한국단자공업의 경우 중반기 기아,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의 파업으로 인해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최근 들어 백색가전용 및 통신용 커넥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역시 전년대비 20% 이상 높은 7백10억원대의 매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AMP코리아도 중반기의 부진으로 당초 계획한 매출 7백억원대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노트북PC용 커넥터가 호조를 보인 데이어 CDMA, CT2, ATM 교환기용 고속커넥터의 수요도 회복되는 등 막바지 스퍼트에 힘입어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난 6백50억원대의 매출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피커업체들의 올 한해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활로를 모색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오디오시장 침체에 따른 내수정체와 동남아산 스피커의 득세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스피커업체들은 대부분 한자릿수 성장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업체들의 성적을 보면 먼저 지난해 5백89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LG포스타는 올해 18.8% 성장한 7백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케이텔레콤은 올해 총 매출예상액 4백70억원 중 스피커부문은 당초 계획했던 2백40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1백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