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그룹 인사 의미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총 32명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은 21세기 글로벌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지만 최근 기업경영과 관련, 문책성이 더 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필곤 부회장이 산업 전면에서 전격 퇴진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삼성전자의 분권체제 확립과 전략사업의 양대축으로 꼽히는 자동차사업의 소그룹제 도입이다.

윤종룡 전자소그룹장 겸 대표이사 사장 이외에도 박경팔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 멕시코복합화단지를 총괄하도록 했고 송용로 부사장을 전자소그룹 전략기획 실장 겸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하는 등 총 7명의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삼성전자의 트로이카 체제가 이번 인사를 통해 7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분권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자동차 소그룹제 도입은 앞으로 자동차사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홍종만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 이중구 삼성영상사업단 사장의 영전도 삼성의 영상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발탁 인사다. 이 사장은 그동안 난립돼 있던 삼성의 영상사업을 본궤도에 오르게 한 인물이며 추진력에 있어서도 그룹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상사업단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21세기 진입을 앞둔 3년간의 신경영 2기를 과감하게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 48명 중 67%인 32명을 승진, 발탁하는 등의 파격인사를 단행, 그룹 분위기가 쇄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그룹이 내년 경기마저 불투명한 시점에서 파격적인 신진인사 등용이 얼마나 보탬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다. 과감한 면모 일신보다는 경륜이 더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분권화의 시도가 어느만큼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사분란한 단일체제가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