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행정 전산화 급하다

특허행정이 최근들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허청이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출원공개제도를 비롯하여 다의장 1출원제도, 등록후 이의신청제도 등 여러가지 특허행정의 개선조치는 업계의 비용부담 감소와 시간절약, 그리고 심사업무의 효율화 등 여러가지면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출원공개제도란 의장등록 전이라도 출원내용을 공개하고 공개후의 제3자 모방실시에 대해선 등록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의장출원의 모방을 방지하고 출원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또 출원공개된 의장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누구든지 관련자료나 정보를 제출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제3자의 무단 모방이 적발될 경우 해당 출원에 대해 우선심사제를 적용키로 한 것도 심사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이밖에 디자인과 같이 계절적으로 유행에 민감한 의장출원에 대해서는 방식이나 요건심사만으로 등록공고하는 동시에 수십개의 디자인을 1개의 출원서에 의해 출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산업환경을 생각할 때 시의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특허청이 최근 관계전문가를 초청, 현안사항에 대하여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는 것과 검토중인 실용신안 무심사제도의 도입방안도 심사적체 해소 등 여러가지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기술의 급격한 발전추세에 따라 실용신안 심사수요가 격증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업무량에 밀려 심사가 평균 3년에 이르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심사적체로 등록할 수 있는 시점에는 상품가치가 이미 소멸되어버린다는 일부 지적에 유의해야 한다. 이 경우 실용신안제도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실용신안제도의 보호대상이 특허법과 의장법에 서로 중복되므로 실용신안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현실에 미뤄볼 때 제도개선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용신안제도가 늑장심사로 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힘입어 이 제도를 없애고 모든 기술적 사상을 특허법 및 의장법에 의해 처리할 경우 발명 수준의 현저한 저하와 창작활동의 침체 등 예상되는 문제점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실용신안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무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도 이같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내린 방향설정으로 이는 출원된 실용신안의 조기보호와 개인발명가 및 중소기업의 보호, 권리의 조기확보, 기술의 조기공개를 통한 중복연구 방지 등 그동안 제도 운영상에서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정부가 배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무심사제도 도입을 위한 온라인 전산처리체계 확립과 유능한 심판관의 조기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무심사 도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권리의 불안정이나 부실권리의 급증, 권리 존속기간의 단축이나 이로 인한 분쟁의 증가 등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역행하는 조치가 된다는 점에서 이의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허청에서도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점을 감안, 「전산화 7개년계획」이 완료되고 특허심판원이 설립되는 오는 98년 이후 2000년에 무심사제도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심사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인데도 전산화 7개년계획이 완료되는 오는 98년 이후 2000년에 가서야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급변하는 특허권리의 조기보호와 이를 통한 기술개발의 촉진을 위해서는 전산화 7개년계획을 앞당기고 인력확충을 서두르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