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74)

은옥은 짧은 순간이지만 화면으로 보여지는 본부의 분위기를 살폈다. 심각한 분위기였다. 1호 발사때 문제가 발생하여 안타까움을 주던 위성이 이제 1호기와 2호기가 동시에 방향감각을 잃어 관제가 어렵게 되어버린 상황의 심각성을 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온 국민의 성원을 싣고 쏘아올린 위성이 우주의 미아, 우주의 고철덩어리가 돼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강 실장, 정확히 5도 회전시켰지요?』

『네, 본부장님. 아래방향으로 5도 회전시켰습니다.』

『강 실장,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작업 시도해요. 작업한 후 수신신호 잘 분석하고. 새로 띄운 위성이라 생각하고 자세를 잡아야 해요.』

『본부장님, 위성체 위치 데이터는 정리되었습니까?』

『지금 분석팀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조금 후면 결과가 나올 거요. 내가 보기에 위치는 변화하지 않은 것 같소. 위치는 변동 없을 거요.』

『본부장님, 알겠습니다. 작업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알았소.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하시오. 핫라인 회복되면 함께 감시하도록 합시다.』

『본부장님, 언제 회복될 수 있을까요?』

『광화문쪽 맨홀에 화재가 발생한 모양이오.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으니까 강 실장이 전담한다고 생각하고 작업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본부장님.』

『특별사항이 있으면 다시 연락 주시오.』

화상회의시스템의 버튼을 누르자 이내 화면에서 사람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근심스런 표정은 은옥의 시야에서 바로 지워지지 않았다. 그들은 세계적인 위성 과학자들이었다. 외국에서 위성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조국의 위성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것들은 다 버리고 조국으로 들어온 세계적 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은옥은 1호 위성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때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국민적 환호를 받으며 지상을 박차고 오른 위성이 보조로켓의 결함으로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때 관련자의 표정도 지금과 같이 침울한 표정들이었다. 발사현장에 함께 있었던 은옥은 그 누구보다도 그들의 안타까움을 가까이에서 느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은옥을 더욱 안타깝게 했던 것은 일본의 언론이었다. 발사 사고를 예측하기라도 한 것처럼 즉각 대서특필한 것이 더욱 안타까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