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 품목별 결산 (1);공작기계

올해 공작기계 산업은 경기위축에 따라 기업체들의 설비투자 마인드가 급격히 냉각, 과거 어느 해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작기계 생산액은 전년동기대비 4.3% 늘어난 9천4백80억원으로 추정되는 등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연초의 핑크빛 기대와는 달리 소폭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시장은 수치제어(NC)선반, 머시닝센터 등 고가장비의 수출증가에 힘입어 지난 11월 말 현재 4억5백만달러를 달성했고 12월에 4천5백만달러를 추가로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총 4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34.7%가 성장한 것으로 상반기 엔고현상에 힘입은 바 크며 대우중공업, 현대정공이 각각 1억달러 이상씩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등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수출실적이 거의 없던 대구중공업, 기흥기계산업, 청송기계, 한국공작기계 등 중소기업이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했던 것도 한 요인인데 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블록화 현상으로 인해 중소업체가 생존할 길은 해외시장 개척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증가가 다분히 내수시장의 부진을 보전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엔저현상 속에서 수출을 꾸준히 늘리기 위해서는 중,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입은 11월까지 17억3천6백만달러를 넘어서 12월 한달간 1억6천4백만달러어치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돼 총수입액은 전년대비 32.5% 증가한 1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내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삼성자동차의 생산이 임박, 생산라인을 신설한 데 따른 것으로 이 금액만 무려 4억∼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순수생산액 증가율이 4.3%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수입액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공작기계 산업의 NC화율은 지난해 65.5%에서 올해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돼 범용 공작기계가 쇠퇴하고 급속하게 NC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임금상승에 따른 자동화 추세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수요산업체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고정밀도를 요하는 NC공작기계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같은 현상은 향후 산업고도화 추세에 따라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작기계협회가 중심이 되어 지난 17일부터 한, 일 공작기계 부품협력단을 일본에 파견, 공작기계 부품을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부품업계는 물론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할 만한 성과로 보인다.

이밖에 NC공작기계연구조합이 주관이 돼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성능 선반 및 머시닝센터용 수치제어장치 개발사업 1차연도 개발과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기초작업이 완료된 상태에서 제품설계 단계에 들어가는 등 NC장치 개발사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올해 공작기계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많게는 4∼6개월치의 재고분을 누적하고 있어 재고처리를 위해 신제품 출시시기를 늦추는 한편 판매조건은 더욱 열악해지는 등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작기계를 비롯한 기계류 산업의 자금지원을 전담하는 연합기계 할부금융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 공작기계 업체들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였으나 현재까지는 대출금리가 너무 높고 기존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담보조건이 까다롭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거의 이용실적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