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종업원들 월급 제때 주고 부채가 없으면 성공한 편입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그 어느 해보다도 고전한 발광다이오드(LED)업계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0년대 후반 전자산업의 부흥과 함께 호황을 이뤄었던 LED업계는 90년대 초부터 점차 그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 특히 올해 △세트업체의 수요부족 △대만, 중국 등 외산 저가제품의 범람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사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총평이다.
올해 국내 LED시장은 지난해보다 10∼20% 늘어난 2천억원 정도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디스플레이, 램프시장이 60%, 적외선(IR) LED, 포토다이오드 등 다이오드시장이 20%, 전광판용 등 모듈, 픽셀시장이 20% 정도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각종 전자제품의 표시소자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램프부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신장세를 보이지 못했거나 도리어 위축됐으며 센서 등에 주로 채용되는 다이오드시장은 약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전광판시장이 호황을 지속하면서 전광판용 핵심부품인 픽셀과 모듈시장이 작년보다 2배 이상 급성장,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 숨통을 트인 한해였다. 또한 업계 내부에서는 국내시장의 위축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해외시장 진출이 활기를 띠었으며 품목다각화를 통한 신규사업 참여 등 유난히 업계의 변화가 심했던 해로 평가된다.
최소한 3개 이상의 품목을 대량 생산해온 한국전자, 삼미기술산업, 로옴코리아 등은 올해 다이오드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했음에도 그동안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LED램프,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진으로 전체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10∼20% 정도 하락했고 특히 경상이익 측면에서는 뚜렷한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자는 상대적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해외생산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아래 LED 생산라인을 태국공장으로 모두 이전했다. 또한 품목다각화를 위해 옥외전광판용 픽셀, 포토커플러 등 생산품목을 대폭 확대했다.
로옴코리아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올해 일본 로옴사의 OEM 물량을 확대해 판매부진을 만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전자나 원광전자도 중국 현지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하거나 칩다이오드, 칩트랜지스터 등 표면실장(SMD)형 부품으로 생산품목을 다각화했다.
세탁기, 에어컨, 난방기 등 각종 가전기기에 채용되는 LED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들은 경기불황에 따른 세트시장의 위축으로 유난히 고전한 한해였다. LG전자와 주로 거래하던 삼광반도체는 올 초 LG세탁기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잠깐 반짝 수요가 일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예년과 비슷한 매출액인 50억원 정도에 그쳤으며 삼성, 대우전자의 가전제품용 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던 서울반도체, 동영반도체 등도 지난해와 비슷한 70억∼80억원 정도의 매출액에 머물렀다.
올해 LED업계에서 가장 호황을 구가했던 업체는 역시 옥내, 외용 전광판 모듈과 픽셀을 생산하는 업체군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광판이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묶이면서 전광판시장이 호황을 지속, 전광판용 핵심부품인 픽셀과 모듈시장이 급신장세를 이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픽셀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AP전자, 유니스반도체 등이 설립돼 올해 90억∼1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한국전자, 삼미기술산업, 삼성전관 등도 신규로 시장에 참여하거나 생산품목을 대폭 확대했다.
향후 LED시장은 기존 램프, 디스플레이시장이 점차 위축되는 반면 새로운 신규시장으로 전광판용 부품시장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따라 업계의 부침도 가속화되고 주력품목도 점차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시장의 침체에 대응, 현재 호황세를 이루는 정보통신기기의 새로운 표시소자 개발, 해외공장 건립 등 신규시장 및 해외시장 개척이 본격화 될 것으로 분석된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