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화계에서는 마니아라 불리는 특수층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취미가 발전하여 깊이있게 전문화한 것이 마니아의 경지라고 하는데 최근의 영화계만 봐도 컴퓨터통신 마니아를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되거나 마니아들이 직접 스태프로 제작에 참여하는 일들이 잦다.
기껏해야 바둑이나 등산, 낚시 등이 취미로 꼽혔던 십수년 전의 생활모습과 비교해 본다면 현대의 생활방식은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풍요로워진 생활환경과 여가로 인해 자기계발의 기회가 많아진 요즘은 전문적인 취미에 몰입하는 마니아들이 새로운 문화계층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니아의 영향력은 단순히 문화 예술 등의 특정 분야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각종 산업분야에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전자산업만 해도 컴퓨터라든지 오디오 및 AV시스템 등의 제품은 마니아를 대상으로 따로 기획이나 개발하는 일이 잦아질 정도로 마니아의 영향력은 대단히 큰 것이다.
마니아들은 자신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경제능력이 허용하는 한에서 제품구매에 적극성을 보이는 특별한 소비계층이다. 이런 마니아들의 독특한 소비성향을 분석하여 그들에게 구매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앞으로의 시장개척에 필요한 부분이다. 컴퓨터시장에서는 이미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하드웨어 장치나 게임용 소프트웨어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오디오 및 AV시스템분야에서도 업계는 이제 그러한 경향을 받아들여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이나 홈시어터(가정극장)시스템 등의 제품들이 소개되어 왔다.
고음질을 재생하는 고가제품들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은 전자기술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제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기술력과 문화 예술에 대한 그 나라의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는 깊이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또한 홈시어터시스템은 하이엔드 오디오 기술이 더욱 대중적으로 전환되어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야로 DVD, 와이드TV, 프로젝션시스템 등의 전문화된 최신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까지 최고의 품질을 제공한다는 점이 강조되는 홈시어터 시스템은 앞으로 다가올 멀티미디어 시대에서는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일 분야로 예견된다.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지금의 소비시장은 그 팽창속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과거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에 비한다면 풍족한 현재의 사정으로 인해 웬만한 가정은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구비하고 있어 신규 수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자 산업계가 겪고 있는 불황은 이러한 소비시장의 변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황을 꿰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신기술에 의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지만 신기술 개발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루어지겠는가. 이의 대안으로 제시해 볼 수 있는 것이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마니아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면 최근의 어려운 상황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金秀吉 아남전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