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7);삼성전자 세대교체

전자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말 LG전자의 사령탑이 이헌조 회장에서 구자홍 사장으로 전격 세대교체된데 이어 올해에는 현대전자와 삼성전자가 잇따라 세대교체를 단행,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세대교체는 철옹성과 같은 김광호 사단의 붕괴를 의미하는 한편으로 각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연립내각」 성격이 짙어 주목되고 있다.

내각수반은 「가전통」인 올해 52세의 윤종룡 사장. 그는 TV, VCR, 종합연구소, 가전부문 대표 등 삼성전자내에서도 주로 가전분야를 섭렵했다. 이번에 삼성전자 소그룹장 겸 총괄대표 사장으로 올라서기 전에는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 대표(1년), 브라운관 전문업체인 삼성전관 대표(3년) 등 주로 가전과 연계된 부품사업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부문별로 6명의 대표이사가 포진하고 있다. 김광호 사단 때에는 가전본부에 이해민 대표이사 부사장과 반도체총괄로 이윤우 대표이사 사장을 거느리고 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형국이었으나 이제는 4명의 대표참모가 추가됨으로써 윤 사장의 역할이 종전과는 달리 각 사업에 일일이 관여하기보다는 굵직굵직한 선을 그어나가는 「조정자」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윤 사장을 전자 소그룹장으로 발탁한 그룹의 의도중에 성격이 원만하고 친화력이 강한 그의 성품을 높이 샀다는 후문에서도 설득력을 갖게 한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주력공장인 수원공장이 대표이사(문병대 부사장) 체제로 운영되며 해외공장중 멕시코복합단지가 처음으로 대표이사(박경팔 사장) 체제를 구축했다. 반도체쪽도 이윤우 대표사장외에 새로 마이크로본부 대표(진대제 부사장) 체제가 출범했다. 여기에 전자소그룹까지도 통신부문을 이끌어온 송용로 부사장이 전략기획실장으로 옮겨앉으면서 대표이사로 승격,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자소그룹까지도 내각책임제로 탈바꿈했다. 일선 사업부 중에 정보기기와 통신기기 분야만이 대표이사가 없는 셈이다.

해외경영쪽에서도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윤 사장 스스로가 대표를 맡았던 일본 본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개 지역 본사중 구주와 동남아 본사는 부사장급, 미주와 중국 본사는 전무급이 각각 이끌어 왔으나 이제는 회장급 2명, 사장급 3명 등 중량급으로 채워짐으로써 본사의 그늘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해외사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룹측에서도 이번 인사의 핵심내용으로 명실상부한 현지완결형 글로벌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강조, 앞으로 인사를 포함한 경영권이 해외에서 독립적으로 행사될 전망이다.

삼성의 이같은 변화는 결국 윤종룡 전자총괄 대표가 사업전반, 그리고 국내외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김광호 대표 때처럼 무게를 싣지는 못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윤종룡 총괄대표가 국내외 선장들을 얼마나 슬기롭게 움직여가느냐에 따라 21세기를 맞는 삼성전자號의 항로가 결정될 전망이다.

또 이번 삼성전자의 경영권 변화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후 아직은 뚜렷한 항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LG전자를 비롯한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 대기업과의 세계 선두기업 고지 탈환 경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