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후, 삼성영상사업단의 향후 구도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영상사업단이 독립법인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삼성전자의 한 부문으로 들어갈 것인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영상사업단이 그룹비서실 산하 조직에서 전자소그룹으로 소속이 변경된 데다 이중구 대표이사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이중구 대표체제가 한층 힘을 얻게 되면서 삼성영상사업단은 숙원사업 중에 하나인 독립법인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비서실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 점도 그룹비서실 감사팀을 지낸 적 있는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무게를 실어 줘 영상사업단이 독립법인화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일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새로운 변수가 생겨난 것. 즉 영상사업단의 소속이 변경되자마자 전자 소그룹장의 경질로 말미암아 「힘의 역학관계」가 미묘해지면서 이같은 평가와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시절부터 이중구 대표와 막역한 사이였던 전자소그룹 김광호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미국 현지법인 회장으로 옮겨가고, 후임으로 일본 현지법인장인 윤종용 사장이 등장하면서 향후 영상사업단의 독립법인화가 불투명해졌다는 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장과 윤 사장의 관계는 예전의 이 사장과 김광호 부회장과의 관계만큼 친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재 전체 사업부문에서 적자를 보이고 있는 영상사업단의 경영과 관련, 삼성전자의 지원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윤 사장이 가전부문 사장 시절에 「광소프트팀」을 신설, 영상사업을 전개한 데다 일본에 있을 때도 영상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이 있어 영상사업단을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영상사업부문이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가기보다는 전자부문으로 통합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사업기획팀을 맡아 광소프트사업을 전개시킨 박춘호 이사(영상사업단 음반사업담당)가 윤 사장과의 관계를 토대로 영상사업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이번에 전자소그룹의 대표를 맡은 윤종용 사장이 그룹 인사에 이은 전자소그룹 조직개편 시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삼성영상사업단의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영상사업은 그룹 회장의 관심분야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비서실에서도 직접 챙기려 할 것으로 예상돼 그 진로가 주목된다.
<원철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