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사랑영화다. 바다 한 가운데 油井에서 일하는 일개 노동자인 얀과 스코틀랜드의 작고 엄격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박하고 착한 베스가 결혼한다. 서로 신비로운 육체를 깨달아가고, 즐기고, 결국 얀은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바다 한 가운데 유정으로 떠난다.
헤어짐의 아픔. 홀로 된 자들의 고독한 외로움. 두 사람은 날마다 전화로 그리움을 달랜다. 『나 사랑하지 않아?/안하긴요./표현해봐./안할래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면 못 참을 거예요./뭐 생각해?/당신과 함께 있는 생각, , , .』
그런 식으로 영화는 이미 한 시간 반을 달린다. 『고작 저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저런 거라면 「유로파」의 천재감독 라스 폰트리에가 메가폰을 잡지는 않았을 텐데. 빔 벤더스와 짐 자무시가 격찬한 로비 뮐러가 촬영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텐데. 게다가 이 영화는 96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영화는 이미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고 있다. 실망하고 막 한숨을 내쉬려는 순간 얀이 유정에서 사고를 당한다. 이때부터 이 영화가 오랫동안 숨겨 놓았던 주제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뜸들인 이유들도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한다. 다소 지루하게 여겨졌던 순간들이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들이었다는 것을 결국 나중에 다 알게 된다.
얀은 전신이 마비됐다. 사랑하는 베스를 떠나게 하기 위해 얀은 베스에게 다른 남자를 사귀라고 한다. 말을 듣지 않자 어쨌든 남자들과 관계를 갖고 자기한테 얘기해달라고 간절히 원한다.
이때부터 천진한 베스는 일부러 남자들을 찾아가 관계를 맺고 얀에게 그 사실을 소상히 알린다. 에이, 그래도 사리분별력은 있어야지. 하지만 신기하게도 얀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한다.
얀의 더 빠른 쾌유를 위해 베스는 무리를 한다. 결국 거친 선원들에 의해 베스는 희생당하고 만다. 교회와 마을 사람들은 베스가 방탕하고 타락했다 하여 장례식도 못치르게 하고, 목사는 그녀의 관이 땅에 묻힐 때 지옥에 가라고 기원한다.
그러나 이미 거의 회복한 얀이 그녀의 시신을 빼돌린 뒤였다. 얀의 동료들에 의해 그녀는 유정으로 옮겨져 수장되지만 레이더에는 그녀의 시신이 잡히지 않는다. 대신 하늘에서 종소리가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사랑과 믿음과 하나임에 대한 경직되고 오염된 사고를 향해 울리는 경종이리라. 이 영화는 「그래도 사리분별력은 있어야지」라고 말했던 관객을 향한 멋진 비웃음이었다.
<구효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