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이 치열하게 마켓셰어 경쟁을 벌이는 제품으로 세탁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세탁기의 보급율은 90%에 육박해 수요포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가전업체들은 대체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세탁기시장은 수량을 기준으로 매년 5∼6%정도씩 성장하고 있으나 금액을 기준으로 할때는 대용량 제품 보급확대로 10% 대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 업체들은 매년 8월말경에 일제히 신제품을 출시하고 치열한 고객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세탁기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제품은 뭐니뭐니해도 삼성전자의 「손빨래세탁기」. 지난 8월말에 선보인 이 제품은 9월부터 시판되기 시작해 지난 11월말까지 3개월동안 모두 13만4천대 판매됐다. 이는 같은기간동안 삼성전자의 세탁기 총판매량 19만7천대 가운데 68%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12월이 세탁기의 특수 시즌은 아니지만 한달동안 5만대정도의 세탁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손빨래세탁기가 이같이 인기를 끈 데에는 제품의 기능적 특성과 주부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광고와 독특한 이벤트전략 등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손빨래세탁기의 기능상 특징은 다른 제품과 뚜렷이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일반소비자들이 세탁기이용시 세탁조의 위쪽에 있는 빨래가 잘 안 빨리고 헹굼이 불안해서 세탁이 끝난 후에 헹굼을 다시한다는 불만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이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을 제품설계에 응용했다. 세탁조의 밑에 엉킴은 풀고 빨래량, 옷감의 종류에 따라 찌든빨래는 강하게 섬세한 빨래는 부드럽게 돌려주는 빨래손과 세탁과 헹굼, 헹굼과 헹굼사이에 샤워기처럼 깨끗한 물을 뿌려주는 헹굼손, 떠오르는 빨래를 물속에 잘섞일 수 있도록 하는 4중폭포손 기능을 부가해 세탁력을 한층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손빨래세탁기를 이용할 경우 기존제품보다 빨래엉킴은 60%이상 줄일 수 있는 반면 헹굼성능 및 세탁력은 각각 50%와 30%이상 향상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제품기능 못지 않게 광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비슷한 시기에 LG전자와 대우전자가 각각 통을 돌려 빨래를 빠는 세탁기와 돌개물살 세탁기를 내놓고 독특한 세탁방식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 중장년 주부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탤런트 고두심씨를 모델로 삼아 뒤집어 빠는 세탁기의 이미지를 높혔다. 사람이 빨래를 할때 세탁물을 뒤집어 비비고 짜는 것처럼 손빨래세탁기가 세탁물을 뒤집어 빤다는 내용의 광고컨셉트가 소비자들에게 어필됐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손빨래세탁기의 소비자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예년에 단발식으로하던 신제품 발표회를 전국 지방지사를 순회하면서 고정고객을 초정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또 「잃어버린 주부의 이름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세탁기구매 주부들에게 명함을 만들어 주었으며 PC통신과 우편엽서를 통한 「공개현상퀴즈」잔치행사를 마련해 세탁기와 손목시계를 시상품으로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소속 대리점들의 세탁기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대리점 소속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상식퀴즈」잔치를 실시하는가 하면 대리점 매장앞에서 세탁기의 헹굼손 실연회를 수시로 열도록 전국 9백50여개 대리점에 5만원 상당의 펌프를 제공하는 등 갖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제품의 기능적 차별화와 독특한 판촉전략, 광고 등이 3박자를 이루면서 손빨래세탁기를 히트제품의 대열에 오르도록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