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 방송산업을 이끈 최대 이슈는 단연 새 방송법 재상정 및 처리연기다. 이와 함께 KBS의 위성방송 시험서비스, 2차 지역민방사업자 선정, 지상파 방송사들의 뉴미디어 기술접근 등도 올 한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화젯거리였다.
방송산업 구조개편의 화두로 등장해 지난해에 이어 올 병자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새 방송법은 올 국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어갔다. 이에 따라 통합방송위원회 설립,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이은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케이블TV 2차 종합유선방송국(SO)의 개국은 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새 방송법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방송산업에 대한 여야간의 시각차, 방송행정 주무부처인 공보처와 방송기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시각차 및 줄다리기 등 정책상의 문제는 방송산업 발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새 방송법 처리과정에서 실시한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 디지털 방송기술을 포함한 뉴미디어 방송토론회 등은 방송산업에 대한 민간 및 정책사이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같은 토론회열기는 방송산업의 존재의의가 공공성뿐 아니라 산업적 관점에서도 살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방송산업에 새로운 평가를 가져온 이같은 공청회와 토론회는 2차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그 열기가 그대로 나타났다. 인천, 울산, 전주, 청주 4개 지역에 대한 민영TV방송과 수원을 대상으로 한 FM라디오방송 허가를 내용으로 했던 2차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는 TV 14개 컨소시엄, 라디오 6개 컨소시엄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컨소시엄 소주주를 포함할 때 지역민방에 관심을 나타냈던 기업 수만도 5백여개에 달한 것으로 기록된다.
동양화학(인천), 주리원백화점(울산), 세풍(전주), 뉴맥스(청주), 천지산업(수원FM) 등이 선정된 2차 민방은 선정과정에서의 문제는 차치하고 앞으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1차 민방과 함께 지역민방시대를 개척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지역민방은 중앙체제의 국내 지상파방송 속에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 제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며, 향후 광역화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2차 SO와 함께 지역정보채널을 개척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의 정착가능성도 엿보였다. 출범 1년 만에 1백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던 케이블TV산업은 지난18일 1백5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향후 2차 SO가 허가될 경우 지상파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케이블TV 영어채널로 활동할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설립도 올 한해 주목의 대상이었다. 주한 외국인, 영어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내보낼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팽팽하나 국내방송뿐 아니라 국내 프로그램의 해외방송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국내 방송산업의 해외진출 열기를 불러모았다.
국제방송교류재단의 해외방송사업자 접수에서 나타나듯 방송시장이 이미 국제적인 이슈임을 보여준 것도 올 병자년의 특징이었다. 대우와 갑을, 한라그룹, 한국통신, KBS, 대교 등 민간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대한 직접 진출을 적극 추진해 관심을 모았고, 미국의 방송사업자인 NBC와 싱가포르의 경제전문채널인 ABN의 국내시장 진출, 뉴스사와 휴즈사의 아시아시장 진출 등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외국 메이저방송사들의 아시아시장 노크는 98년 국내 방송시장 개방이 이뤄질 경우 국내 방송시장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프로그램 산업에 대한 관심 제고도 올해 방송산업을 특징짓는 이슈였다. 국내방송프로그램 산업은 지상파방송사의 독점적 횡포에 따라 영세성을 면치 못했으나 올해에는 독립프로덕션협회가 공식출범,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특히 독립프로덕션협회는 앞으로 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사 등 방송산업의 양적 성장에 따라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고 있고 또한 공보처가 방송프로그램 산업을 육성한다는 세부계획을입안하고 있어 방송프로그램 시장은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위성방송시대 개막도 96년 방송산업의 큰 이슈거리 였다.정보통신부가6월말 KBS에 대해실용화시험국을 허가함으로써 이뤄진 위성방송 시대개막은 전체 24개채널중 2개채널에 한해 시험서비스 되고 있다는 점에선 기대에 못미쳤다.하지만 방송용중계기를 통해 디지털방식의 프로그램을 세계최초로 송수신했다는 사실은 국내방송기술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또한 방송산업에 대한 민간기업의 관심은 사업자로서의 관심뿐 아니라 장비시장에의 관심도 증폭시켰고 일정부분 산업화에 성공했다.대륭정밀,삼성전자,현대전자,LG전자,아남전자,대우전자가 위성방송용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상품화를 시작했다. 이중 현대전자와 삼성전기,건인,대륭정밀 등 일부업체들은 디지털 세트톱박스의 해외수출에도 성공,주목을 끌었다.
또한 무선케이블TV방식인 MMDS,LMDS시스템의 국산화,디지털 케이블TV방식인 SWAN II시스템의 국산화 등은 국내 방송기술이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보여줬고 향후 주력산업으로의 육성가능성을 확인해주었다.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진전과 이를 위한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도 집중된 병자년이었다.
라디오의 경우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한 RDS(라디오데이터시스템)에 대해 시험서비스가 이뤄지고있고 무선호출,카 네비게이션 등 부가통신서비스가 가능한 DARC(데이터라디오채널)에 대한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라디오채널을 통한 통신융합을 이룰 디지털라디오(DAB)도 새로운 관심과 함께 개발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TV전파를 이용한 데이터서비스에 대한 연구도 시작됐으며 통신과 방송의 결정판인 디지털 지상파TV에 대한 국책연구가 시작된 것도 올해이다.특히 KBS,MBC등 지상파TV 3사와 일부 케이블TV PP들은 POST-VOD(주문형비디오)로 평가받는 인터넷 방송을 착수,뉴미디어에 대한 지상파의 관심을 반영했다.
상용화가능성을 두고 국내업계간 논란을 빚었던 케이블TV를 통한 부가통신서비스에 대한 제도적,기술적 진전도 이뤄졌다.정보통신부가 부가통신망으로서의 케이블TV전송망 활용을 제도적으로 허용했고 이에따라 민간업체들은 케이블TV를 통한 인터넷,전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VOD(주문형 비디오)에 대한 실용화작업도 활기를 띤 한해였다.영상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야심을 갖고있는 한국통신이 94년 반포전화국내 1백가입자를 통해 시험서비스를 추진한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전국 1천5백가입자를 대상으로 시험서비스를 확대,상용화가능성을보여주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등 민간업체들 또한 여의도를 대상으로 VOD등 멀티미디어 시험서비스에 나서는 등 앞으로 VOD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민간기업들을 주축으로 활성화될 것임을 예고했다.특히 서버,세트톱박스 등 VOD장비개발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개발작업이 올해를 기점으로한창 무르익고 있어 VOD는 오는 98년께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