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생활시스템연구소 김만회 수석연구원
국내에서 시판되는 대부분의 냉장고와 에어컨은 일명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염화불화탄소(CFC) 계열의 냉매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냉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환경오염물질로 밝혀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 95년말로 CFC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당분간 사용을 허용한 수소염화불화탄소(HCFC) 등 중간 대체냉매에 대한 규제 일정도 앞당기는 등 CFC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가전업체들로서는 대체냉매에 대한 기술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것이다.
삼성전자 생활시스템연구소에 있는 「신냉매사이클」팀은 이 불을 끄는 소방수의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5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이 팀은 대체냉매의 응용에 관한 한 국내 정상급 전문가집단이다. 새로운 냉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채용한 새로운 냉각사이클을 연구개발하는 게 이 팀의 존재 이유다.
지난 94년말 구성된 이 팀은 올해초 대체냉매인 「HFC-134a」를 채용한 냉장고를 국내업체로는 처음 상품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천연냉매인 이소부탄을 채용한 간랭식 냉장고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김만회 박사(수석연구원, 38)다.
지난 8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잠깐 몸담았다가 89년 5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그가 줄곧 매달린 연구작업은 신냉매기술의 개발이다.
그는 관련 기술세미나가 열리는 곳이라면 열 일 제쳐놓고 다니면서 선진국의 기술개발 동향을 파악하는 데 힘썼다. 새로운 냉각사이클을 실험하기 위해 후배 연구원과 함께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
「신냉매사이클」팀은 그동안 그가 애써온 노력의 결실과 다름없다.
『초기에는 대체냉매에 대한 정보 자체가 빈약한데다 전문인력도 거의 없어 어려움이 컸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그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외의 각종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모교인 아주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문인력을 수급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그가 LG전자의 하삼철 박사와 함께 미국의 냉동공조학회에서 옵서버 자격을 갖고 있는 한국인 2명 가운데 한명인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대체냉매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CFC 사용에 대한 규제가 활발한 외국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규제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다. 대체냉매에 대한 연구개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대해 그는 『최근 고급인력이 충원되고 있고 정부와 기업 경영자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어 이같은 문제는 곧 해소될 것』이라면서 『냉매기술분야에서 선진국이 우리보다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냉매기술은 이제 시작되고 있는 분야여서 우리가 선진국에 뒤질 이유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냉장고에 이어 에어컨에 적용할 대체냉매기술을 개발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히며 『관련 기술은 거의 개발돼 있어 상품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환경기술에서 앞선 기업이 미래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그 선두에 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김만회 박사는 그 맨 앞자리에 서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