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 기행] 멀티미디어 학과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연구기획실장 허문행

70년대초 처음 대학에 컴퓨터학과라는 곳에 입학했을 때 주위 모든 사람들은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요, 진리탐구의 요람이라는 사회적 가치부여 기준이 매우 위압적인 분위기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 나온 신기한 물건이 있다고 해서 대학에서 학과를 개설해서까지 학문을 가르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사회적인 낭비요 대학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기능은 학원 정도나 회사내 특수기술 양성코스로 충분하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한 논란을 겪으면서도 70년대에는 대학의 컴퓨터학과 개설이 확대일로를 치달으며 마감되었고 80년대 들어서 산업계 소요가 매일 발생되어 전문인력 양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대학은 물론 전산원이라는 특수교육기관 그리고 전문대학으로 확산되었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초중고까지 확대되었고 급기야 국가 산업육성 차원에서 현재 보유인력의 약 2배를 5년내에 양성하는 국가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초창기 사회적인 냉소 속에 설치된 컴퓨터학과는 현재 많은 관련 학문들이 새로운 분야로 장하면서 단과대학으로 발전되었고 전통적으로 우리의 제조산업에 기반을 제공해주던 고전적인 학과들이 컴퓨터 관련 과정이 강화된 학과로 통폐합되는 혁명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컴퓨터 기술혁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분야의 재편을 불러오게 되었으며 그것을 우리는 요즘 정보와 통신과 방송산업의 통합으로 발달되는 멀티미디어 산업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면 멀티미디어란 무엇인가. 영상이나 화상, 음성 등이 컴퓨터로 처리 가능한 상태 즉 디지털화 되어 제공될때(CD롬 등) 1차적으로 우리는 멀티미디어라 부르고 있으며 이것이 통신망을 통하여 사용자에게 제공될 때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멀티미디어서비스는 멀티미디어 정보가 통신망을 통하여 제공되는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의미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멀티미디어는 어떤 기술요소를 필요로 할 것인가. 그리고 방송과 통신, 정보의 융합에 요구되는 기술의 영역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며 멀티미디어 산업이란 어떤 형태로 형상화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예상되는 것이 대학의 「멀티미디어학과」의 등장이 아닌가 한다.

멀티미디어학과는 현재 멀티미디어 산업의 범주로 꼽고있는 디지털영상 제작,게임, 만화, 캐릭터 제작, 영상저장 검색기, 영상통신망 등의 기술을 다룰 뿐 만아니라 미래에 요구되는 기술을 예측하는 기능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도 이 분야 연구에 대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 중에 있으며 그 중 몇몇 대학에서는 멀티미디어학과 과목의 개설을 서두르고 있는 중에 있다. 텍사스大의 해릭 빈(Harrick Vin)교수는 「멀티미디어시스템」이라는 강좌를 개설하고 비디오 압축, 멀티미디어 스토리지서버, 멀티미디어 통신망 구조, 멀티미디어 운영체계 등에 대하여 96년도 가을 학기부터 강의를 시도하고 있으며 메사추세츠대학의 짐 쿠로세(Jim Kurose)교수는 멀티미디어 네트워킹을, 콜롬비아대학의 창시후(ShihFu Chang)교수는 영상정보시스템 강좌를 개설하는 것 등이 현재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미래 멀티미디어 산업에 대비한 대학의 대비전략으로 보여지며 가까운 시일내에 멀티미디어학과의 출현이 예상된다.

70년대초 컴퓨터학과의 출현이 생소했던 것만큼이나 멀티미디어학과의 출현은 몹시 생소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은 그의 출현을 필연의 조건으로 자꾸만 몰고가는 현상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멀티미디어학과는 어디에서 누가 시작할까! 자못 기대되는 내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