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가 올해 국산 진공청소기 수출실적 1억2천만달러(약 1천억원)를 달성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가전업계가 처음 진공청소기 수출을 시작한 80년대 중반에 비한다면 그 기술력이 선진제품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며 시장개척력을 가진 제품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국내 가전업계가 개발한 수출용 진공청소기들이 현지소비자들의 생활환경에 밀착하고 있으며 현지법인이나 유통망의 활동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산 가전업체들이 이런 결과를 거두기까지 겪어내야만 했던 어려움은 무척 많았다.
우선 진공청소기는 비록 소형이긴 하지만 고흡입력, 저소음, 편리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척이나 높은 제품이다. 흡입력을 높임과 동시에 저소음을 보장하기 위해서 기술력 보강에 힘을 써야 했고 각 지역의 생활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위해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지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했다.
유럽이나 미주지역으로 수출할 청소기는 카펫 청소에 용이하도록 고흡입력의 세워서 쓰는 모델로 개발하고, 동남아 등 저개발국가로 수출할 모델들은 많은 먼지를 흡수할 수 있는 대용량의 먼지봉투를 채용해야 하며, 일본용 모델은 마루바닥의 홈사이에 낀 먼지까지도 흡입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등 각각의 특색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유통망의 확보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현지법인이 있는 지역은 그런대로 시장진출이 용이했지만 각국의 유통망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현지 유통업자들이 국산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겨 제품의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출혈수출0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했다.
유명 청소기 생산업체와의 경쟁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현재 유럽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나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후버 및 유레카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또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지 중소업체들의 청소기도 자국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시장개척이 용이하지만은 않았다.
국산 진공청소기의 수출은 이제 시작단계다. 앞선 지적들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국산 진공청소기가 아직까지 진출하지 못한 미국시장을 뚫을 정도의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커가기 위해선 다양한 모델개발, 현지법인의 확대, 유통망 강화 등 우리 가전업체들의 계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