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의 세계로 진출하려는 학생들로 사회가 한동안 시끌벅적해진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여 좋은 직업 일류 직장을 선택하려고 이력서를 들고 동분서주하기에 여념이 없다. 또 이를 받아들이려는 기관들도 좋은 학생, 능력 있는 학생을 고르려고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일을 시킬만한 인재가 없다하고, 학생들은 취업하는 기업이 자기 생각과는 다르다고 한다. 학생들은 직업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돈만 많이 주는 직장이면 좋다는 식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프로의 세계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교육가의 잘못도 크다고 본다.
프로라고하면 아마추어에 대한 반대 개념이다.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전문성, 창의성, 긍정적사고, 책임감, 목표의식, 협동심을 가지고 언제나 적극적이고 의욕적이며 프라이드를 갖고 일하는 엔지니어로서, 조직에 이익을 주는 직업인을 의미한다. 특히 첨단산업인 전자전산분야는 다음과 같은 능력의 인재가 되어야 프로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전문성을 가진 프로여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본인이 종사할 직업에 대한 실무의 기본능력이 어느 정도는 숙련되어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훈련과 지속적인 단련을 통하여 지식과 실무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프로로서의 자질이다.
둘째는 창의력이 있는 인재여야 한다. 오늘날 전자제품의 주기와 수명이 짧아지고, 제품은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시장조건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고부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과거 선진기술의 모방이나 기술전달에 의존하던 제품은 사라져 갈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의 차별화나 원천기술을 기술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혁신은 창의력으로부터 나오며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를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발상력과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구현화 능력을 겸비할 때 갖추어지는 것이다. 창의성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의 확보와 훈련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어떠한 업무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철새처럼 직장을 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서 꾸준히 승부를 걸고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자기분야에 꼭 필요한 최고의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 사고와 태도는 예상밖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넷째는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항상 자기 책임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자세, 업무에 있어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어서 일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해결의 수단이 빨리 떠오른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뒤로 접어두고, 우선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에 임하는 것이 프로다운 것이다.
다섯째는 장단기적으로 보람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성취욕도, 사는 보람도 없다. 어떻든 인생은 한번밖에 살 수 없으며, 한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목표를 갖고, 나름대로 충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프로엔지니어로서 항상 유의해야 할 것은 프로의식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여섯째는 협동심이 있어야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동료의 협력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전문기술이나 지식을 초월한 인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 분야의 프로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남보다 한 발 앞서서 미래를 예측하고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인재가 바로 프로엔지니어이다. 프로가 육성되고 사회가 필요로하는 엔지니어가 교육될 수 있도록 모든 교육가가 노력하여야 한다. 프로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이 전자전산분야의 교육개혁이다.
<최성 남서울대 전자계산학과 교수>